축산폐수를 무단방류해 지하수를 오염시킨 양심불량 업체가 적발됐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정된 장소가 아닌 초지에 상습적으로 액비를 살포해온 이 업체는, 이번엔 ‘숨골’에 가축분뇨를 무단으로 배출했다. 공공이 이용하는 지하수를 오염시켰다는 점에서 ‘악질 상습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최근 고모(4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모두 제주시 한림읍 소재 가축분뇨재활용 신고업체인 모 양돈영농조합법인 소속이다.

이 가운데 고씨는 축산폐수를 공공수역인 ‘숨골’에 무단 배출했고, 또 다른 직원인 강모(41)씨도 양돈농가에서 수거한 액비를 지정된 장소 이외의 초지에 살포했다. 법인 대표 안모(45)씨는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 방조한 혐의다.

문제의 영농조합은 4000t 규모의 가축분뇨 자원화시설 저장조를 관리 운영하면서 인근 10개 양돈농가로부터 매년 3만t 가량의 가축분뇨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저장용량 초과로 분뇨가 흘러넘칠 것을 우려해 모터펌프에 고무호스를 연결, 숨골 지하 구멍으로 18회에 걸쳐 약 360t의 가축분뇨를 상습적으로 무단 배출해왔다.

무분별한 액비 살포도 그렇거니와, 지하수 숨골에 축산폐수를 투기한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질 및 수질 전문가들은 지질 특성상 축산폐수를 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배출할 경우 쉽게 지하로 흘러 들어가 공공수역에 섞이게 되고 이후 20여년 동안 체류하며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고 큰 우려를 표명했다.

축산폐수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상당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기인한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의 경우 2015년 11월과 지난해 7월에도 액비살포장소 위반 혐의 등으로 적발됐었다. 하지만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게 고작이다. 무단방류 및 무단투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자치경찰 등 관련당국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구속수사 원칙 등 강력한 대처 방침을 밝혀왔으나 ‘허명의 문서’로 그쳤다. 그것은 자치경찰이 지난 한해 환경사범 66건을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된 것은 단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축산폐수 무단투기 등 상습행위 발생 시 관련허가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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