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후대에 재평가 받은 美 트루먼
책임 회피하는 우리와는 대조적

19대 대선 ‘열전 레이스’ 돌입
‘兩强 구도’ 속 결과 예측불허
과거보다 미래로 나아갈 인물을…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 한국인에겐 다소 ‘아쉬움과 원망의 대상’으로 투영되어 있다. 6.25전쟁 당시 북진(北進)을 주장하던 맥아더 장군을 해임함으로써 우리의 통일을 방해한 인물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아더의 인기가 높아지니까 그것을 시기해 해임했다는 등의 소문도 나돌긴 했지만 사실과는 먼 이야기다.

트루먼 대통령의 진면목(眞面目)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The buck stops here!’에 담겨 있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는 뜻으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트루먼은 화려하고 멋진 말을 하는 매혹적인 연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평범함 속 뚜렷한 신념(信念)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을 신속히 마무리했다. ‘마셜 플랜’으로 전후 유럽의 복구를 지원했으며, 소련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도 선포했다. 특히 6.25 때 대규모의 미군을 제때에 파견해 한국의 공산화(共産化)를 막았다.

지난 1953년 대통령직을 떠나며 남긴 이임사엔 그의 속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통령이란 누구이건 간에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도 그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직업(일)입니다.”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우리의 대통령과는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트루먼의 진가(眞價)는 ‘굳건한 신념과 진실한 리더십’에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독 속에서 내린 결단은 후대에 역사적 재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정치학회가 역대 대통령 업적 평가에서 당당하게 ‘A학점’을 주는 이유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장미대선’의 본격적인 막(幕)이 드디어 올랐다. 각 대선 후보들은 17일부터 선거 전날인 5월 8일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5월에 장미가 만개된다고 해서 ‘장미대선’이란 이름을 붙였을 터인데, 달콤한 장미향은커녕 벌써 여·야 간 폭로전으로 역대 선거와 같은 진흙탕 싸움이 예상된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경제살리기를 비롯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및 사드를 둘러싼 안보문제, ‘양날의 칼’인 적폐(積幣)청산 프레임 등으로 집약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수 세력과 호남 유권자가 쏠림 혹은 분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진 첫 날, 대선 후보들은 확실한 제 색깔을 드러냈다.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는 ‘보수(保守)의 심장부’ 대구를 가장 먼저 선택했다. 진보와 보수의 통합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1순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국민의당)의 첫 방문지는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다. ‘국민안전’을 그 무엇보다 강조한 행보였다. 1순위 공약은 ‘튼튼한 자강(自强) 안보와 한반도 비핵화’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4차 혁명보다 앞 순위에 뒀다.

홍준표 후보는 ‘강한 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안보로 보수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유승민 후보도 “국가의 가장 기본은 국민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1순위 공약은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다. 심상정 후보는 ‘국민주권형 정치개혁’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민심을 잡으려는 슬로건 등 ‘벽보 전쟁’도 시작됐다. 기호 1번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은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데 주안점을 뒀다. 기호 2번 홍준표 후보는 ‘당당한 서민 대통령’이란 구호와 ‘지키겠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넣어 보수의 적자(嫡子)임을 강조했다.

기호 3번 안철수 후보의 선거벽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국민이 이긴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팔을 번쩍 든 달라진 ‘강철수’ 이미지가 전부다. 그 어디에도 당(黨) 이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기호 4번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이라는 글귀와 함께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했고, 기호 5번 심상정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에 구로공단 미싱사 경력을 넣었다.

대권을 향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현 판세는 ‘양강(兩强) 구도’ 속 그 결과는 아직 예측불허 상태다. 국민들은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대통령을 원한다. 국민에 대한 ‘배신(背信)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으로 족하다.

유권자의 냉정하고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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