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에서 걷은 돈으로 ‘통치 자금’을 조성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혐의로 기소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포함 제3자뇌물수수 및 제3자뇌물요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등 모두 18개에 이른다. 또 공소장에 적시된 각종 뇌물 혐의액은 삼성으로부터 받은 298억원 등 총 592억원에 달한다. 강요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는 별개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을 빚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우 전 수석은 작년 가을부터 최순실씨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대책회의를 주도하는 등 사안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의 기소로 박 전 대통령은 ‘503번 수용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오는 5월부터 법정에 서게 된다. 1심 재판이 5~6개월 정도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따라서 향후 법정에서 사실관계 등을 놓고 검찰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개인의 명예를 떠나 국가적인 불행이자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배신 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의 성정을 볼 때 반성은커녕, 이번 재판 역시 법리 싸움보다는 ‘사면’을 염두에 둔 정치투쟁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라면 결코 안 될 일이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사면은 ‘진정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마저 ‘국민통합’ 운운하며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될 뿐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우리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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