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서귀포 어려움 더더욱 심각
행정 지원도 미흡 개선책 있어야

 

10여년 전 중국과의 사업을 위해 북경을 자주 다닐 때 일이다. 대로변을 따라 약 1㎞ 정도 늘어서 있던 상가들이 1주일만에 부수어지고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사업을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주의 국가의 민낯을 확인한 순간 일사불란하다는 장점보다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대한 자신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얘기지만 중국 자본과 유커(游客)들이 밀려들 때 제주의 미래 상황을 제대로 그리면서 받아들였어야 했다. 새 부대가 마련되기 전에는 새 포도주를 붓지 말았어야 했다. 발효되고 있는 부대에다 새 포도주를 쏟아 부은 꼴이다.

이제 제주 관광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망가지고 흐트러지고 혼란스러워졌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날이 맑을 때 우산을 준비하라는 말들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서귀포시는 한 동안 ‘허니문관광’과 ‘대학나무’로 전국 최고 부자도시라는 ‘영화’가 있었다. 하지만 허니문이 빠지고 10여년의 몸살을 앓으며 가장 못사는 도시로 전락, 수학여행과 전지훈련단에 기대야 하는 도시였다. 그러다 올레와 이주열풍·청정힐링관광을 기치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제주시가 지향하는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와 달리 서귀포가 벤치마킹해야 할 하와이·발리·푸켓 등과 비교할 때 너무 도시화되면서 불안감이 없지도 않다. 그래도 고품격 행복도시로, ‘호주머니 가치관광(시민들의 호주머니에 도움이 되는 관광)’의 열정을 가지고 시민 모두가 관광인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사드사태로 인한 제주관광의 위기감을 넘어 서귀포관광이 고사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양적성장에 맞춰 관광시설들이 서귀포에 집중된데 반해 유커의 감소 등으로 인한 현장의 위기감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50만에 가까운 인구로 인해 자급자족의 가능할 수도 있는 저변이 있다. 반면 ‘고작’ 15만명 인구의 서귀포시의 경우 대정에서 성산까지 펼쳐진 관광사업체들이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대다수 국내 관광객으로 분류되는 도민 가족이나 친인척·친구·비지니스 파트너 등도 모두 제주시일대가 활동 무대이다 보니 ‘국민관광 1번지’ 서귀포의 썰렁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제주관광의 중심타를 잡고 있다는 관광공사나 관광협회는 서귀포에 대한 관심도 없다. 교육을 받으려면 웰컴센터까지 가야만 하고, 서귀포 현장의 소리를 듣는 소통의 자리도 없다. 서귀포다운 서귀포관광을 마케팅하기 위한 관광진흥기금은 한 푼도 배당되지 않는다.

서귀포시 유일한 관광협의체인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는 회장의 발전기금과 회원들의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서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너무 심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앞으로 서귀포다운 고품격 행복관광을 위해서는 도정에서 서귀포지역 관광현장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청과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제주관광의 메카답게 서귀포지역에 세계적인 관광 아카데미를 세우는 일이나, 허니문관광 메카답게 리마인드웨딩 및 동남아 허니문을 유치하는 상품개발 능력 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사드사태와 관련해서 중국과 관련된 약간의 관광사업체만 살려보자는 식의 지원과 탁상공론식 다변화만으로는 제주관광체질을 바꿀 수 없고, 금번 사드위기도 제대로 넘어설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키워드는 ‘가성비 좋은 제주관광’이다.

‘수용태세’라는 단어부터 바꾸자. 관광객이 난민은 아니다. ‘관광객만족시스템’으로 바꾸고, 모바일 등을 활용, 새로운 관광시대를 열어보자. 가성비 높은 서귀포 관광이 제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한민국 부자 도시로의 재도약을 꿈꾸면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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