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受刑) 생존자’ 18명이 70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른 후 평생을 큰 고통 속에 살아왔다.

이제 구순(九旬)에 접어든 피해자들은 “죽기 전에 한(恨)을 풀기 위해 나섰다”며 법무법인 해마루를 통해 19일 제주지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재심 청구엔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도 함께 했다.

4·3수형 생존자들은 지난 1948년 12월 이른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위반죄로, 1949년 7월의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등으로 각 1년부터 2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는 고초를 겪었다.

재심(再審) 청구인들은 당시 군법회의는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을 전혀 작성하지 않는 등 ‘국방경비법’이 정한 소정의 절차마저 완전히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법회의에서 피고인으로 수형인명부에 등재된 2530명이 처형·투옥됐다면 ‘국가범죄’라 할 수 있다”며 “제주4·3 속 국가범죄의 진실을 분명히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심 청구서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문철 신부(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오늘 제주4·3 수형인 희생자의 재심 청구는 단순히 재판을 다시 해달라는 의례적인 법적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법적인 정의와 4·3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국민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역사적 사명감”이라고도 강조했다.

제주4·3은 국가 공권력(公權力)에 의해 저질러진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이다. 그동안 각계의 노력으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의 단초가 어렵게 마련됐으나 최근 들어 흐지부지되며 미완(未完)의 상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8일 제주를 찾아 ‘4·3은 제주의 오늘’이라며 제주의 아픔과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대통령이 되면) 4·3의 완전한 해결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무려 70년 만에 이뤄진 이번 수형인 생존자들의 재심 청구가 제주4·3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