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pieta)’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한다. 경건한 마음 혹은 경건한 동정(同情)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스도교 예술을 대표하는 주제 중 하나로, 주로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시신을 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예술 작품으로 나타난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에 희생된 민간인 여성과 이름도 없이 죽어간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베트남 피에타’가 강정에 들어선다.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은 오는 2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베트남전쟁 종전(終戰) 42주년을 기념해 피에타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베트남 피에타’로 명명된 이 동상은 베트남어로 ‘마지막 자장가’의 의미를 담았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제작을 맡았다. 베트남 피에타가 들어서는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생명과 평화의 바람, 평화를 위한 연대’를 꿈꾸며 2015년 출범 생명·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피에타 동상 제막식과 함께 이곳엔 추모공간도 조성된다. 추모공간에는 한국의 고은 시인과 베트남의 국민 시인 탄타오의 평화에 대한 기림을 새긴 동판도 새겨진다. 특히 고은 시인은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에 맞춰 ‘나의 야만을 기억하고 기억한다’는 통절(痛切)한 반성의 글도 보내왔다. 또 이곳엔 강정마을 평화활동에 함께 참여한 빅스(빅셀) 신부(1928~2015)의 유해도 안치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천주교 제주교구장)은 “10년 전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그 날, 강정마을의 운명을 가름하는 그 날 이후 ‘강정’과 ‘평화’는 같은 말이 됐다”며 “평화를 염원하는 뜨거운 가슴들이 강정을 찾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평화의 이름으로 베트남 피에타가 강정에 깃들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리는 날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7년 4월26일은 제주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날이었다.

강정마을과 베트남 피에타의 만남은 베트남전쟁 기간 두 나라 사이에 드리워진 과거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 ‘평화의 씨앗’이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虐殺)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성찰은 물론 양국 간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修交)한지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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