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보급…사전 동의얻어야 촬영 가능 ‘법적 모순’
“현장서 사용 할까말까 수준” 무용지물탓에 추가도입 안해

국민안전처가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119구급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웨어러블 캠’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구급대원 상당수는 녹화 전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적 규정으로 웨어러블 캠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올해 안으로 전국에 웨어러블 캠 470여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대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 국민안전처가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119구급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웨어러블 캠’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내 119센터 구조대원이 웨어러블 캠을 패용한 모습.

제주지역의 구급대원 폭행사고 건수는 2014년 2건, 2015년 5건,  2016년 6건. 전체적으로 사고 건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실제 폭행은 아니어도 언어 폭력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구급대원들의 폭행 사고가 증가하자 국민안전처는 구급차  CCTV의 사각지대, 폭행 예방, 증거 채증 영상을 확보하는 등의 용도로 현장 구급대원의 가슴 또는 헬멧에 장착 할 수 있는 카메라, 웨어러블 캠을 보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급 받은 도내 119구급대원들은 “그동안 10번 중 1번도 사용할까 말까했다”고 말한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도 “예산이 없어서 도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대원들이 웨어러블 캠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촬영(녹화) 전 구조자(폭행 가해자)로부터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고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구조대원 폭행 사건의 90% 이상(제주는 100%)이 술에 취한 음주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취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고 촬영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지역에 웨어러블캠은 이도119센터, 항만119센터, 한림119 센터, 동홍119센터 등 13개 소방서(119센터)에 각각 1대씩 보급돼  있다.
 
제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용도 불편하고 폭행을 당하는 데 사전 공지를 하고 찍는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아 현장 대원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보급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능 좋은 웨어러블캠이 보급되는 것은 고맙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라며 “현재 의무소방원들이 현장 주변에서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장비나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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