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수스(Sousse)

AD 2세기 로마 귀족 별장에서 발견
의미 모르지만 태극기와 매우 흡사
찻집선 어처구니 빠진 '맷돌'과 조우
제2의 도시이자 튀니지 최대 휴양지

수스(Sousse)는 2015년 8월에 ‘엘 젬 원형경기장(Amphitheatre of El Jem, 5회 연재)에 여행을 갔다가 튀니스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스쳐 간 곳이다. 그때 엘 젬에서 튀니스로 돌아오는 차편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수스를 경유했는데 그 즈음인 2015년 6월 26일에 수스의 해변에서 IS테러가 발생해 3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했다.  <편집자주>

▲ 수스의 대 모스크 입구
▲ 수스 메디나의 리바트

▲ 수스 고고학박물관, 2세기의 로마의 귀족 별장에서 발견된 모자이크

‘부산’같은 제2의 도시
수스는 우리나라 부산과 같은 튀니지 제2의 도시이면서 유럽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 관광도시이다. 튀니지에 있으면서 이런 수스를 꼭 여행하고 싶었지만 테러 때문에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국제협력단 동료의 도움을 받아 수스를 여행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일정을 잡아준 동료가 고마워 동료가 사는 함마멧에서 만나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첫차를 타기 위해 아침 5시에 집을 나섰다. 함마멧은 혼자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어서 밥 알리우아 신트리 버스 터미널에서 신트리(국영버스) 버스를 탔다. 도착하니 오전 6시30분. 동료가 벌써 함마멧 버스터미널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 마자 바로 수스행 르와지에 몸을 실었다. 함마멧에서 수스까지는 6.650디나르(4000원). 수스에 도착하자마자 시내에 있는 고고학박물관부터 찾았다. 수스 버스터미널에서 시내에 들어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초행길인 여행객은 택시를 타는 것이 좋다. 버스터미널에서 수수 고고학박물관까지는 택시비가 4디나르(2400원)도 채 안 나온다. 그러나 튀니지에서는 택시요금이 4디나르가 나올 정도면 꽤 먼 거리다.

기원전 11세기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도시로 출발
지중해 연안에 있는 수스 주(Sousse Governorate)는 튀니지의 북동부에 있는 주로, 주도는 수스이다. 면적은 2,621km²이며, 2016년 4월에 발간한 튀니지 통계청의 통계월보를 보니 인구는 68만9000명(2015년)이다.

수스는 다른 이름으로 수사(Susa)라고도 부른다. 수스의 역사는 BC 11세기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 하드루메툼(Hadrumetum)에서 시작한다. 한니발의 카르타고처럼 페니키아인인데도 3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149~기원전 146년)때는 로마의 편을 들면서 도시가 살아남았다. 그 뒤로 약 700년간 로마 치하에서 평화를 누렸다.

로마가 멸망한 뒤에는 비잔틴 제국의 통치를 받았다. AD 7세기에 아랍인에 의해 점령된 뒤부터 수사(Susa)로 불리면서 아랍 제국의 군사적 요충지로 발전했다. 지금은 유럽인이 여름철이면 엄청나게 찾는 지중해 연안의 관광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 수스의 고고학박물관
▲ 수스 고고학박물관의 내성
▲ 수스 고고학박물관의 메두사 모자이크
▲ 수스 고고학박물관 극장 마스크

성 지하에 세워진 고고학박물관
고고학박물관에 도착하자, 동료 단원이 이곳에서 현지인을 만나기로 약속했다면서 잠시 기다리자고 했다. 그 현지인 친구가 오늘 수스를 안내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떠난 여정이라서 우선 식사를 하기로 했다. 현지인 친구가 수스에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면서 파파이야(papaya) 레스토랑을 안내를 해주었다. 레스토랑에는 현지인들이 많았고, 친절했고, 음식 맛이 일품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수스의 고고학박물관을 찾았다. 고고학박물관은 9세기에 건축된 성채 카스바(Khasba) 지하에 마련돼 있었다. 성문에 들어서자 매표소에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외교부에서 발행한 체류증을 보여 주면서 “꾸리(한국)”이라고 했더니 그냥 입장하라고 했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어떻게 한국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자기 손자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케이팝과 태권도가 한국을 빛내주고 있는 것이다.

성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자 또 하나의 성문이 나왔다. 그 성문을 통과하자 지하로 들어가는 박물관 입구다. 내부는 현대적이었다. 바르도박물관에서 보았던 메두사 모자이크도 보였다. 로마 황제들의 두상. 로마제국의 14대 황제 하드리아누스(재위 117년~138년)의 동상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태극문양 모자이크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해서 안내판을 유심히 보았더니 태극문양의 모자이크는 2세기의 로마의 귀족 별장에서 발견되었다고만 적혀 있었고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전시된 유물들은 인근 엘젬(El Jem)과 수스의 카타콤(Catacombs)에서 발굴된 로마시대 유물들이었다. 수스에 있는 카타콤은 로마시대 박해를 받았던 그리스도 교인들의 비밀 지하 무덤이다. 1888년 발견됐다. 건설 시기는 2세기에서 4세기로 추정한다. 이 박물관은 바르도(Bardo) 박물관 다음으로 중요하고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수스의 메디나
▲ 수스의 도자기들
▲ 수스 고고학발물관, 2세기의 로마의 귀족 별장에서 발견된 모자이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스의 구도심
이곳에서 나와 메디나(Medina of Sousse, 구시가지)를 찾아갔다. 수스의 메디나는 BC 11세기 페니키아 도시로 시작해서 로마와 이슬람 문화 유적들이 많아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됐다. 박물관도 메디나의 일부분이었다.

수스(Sousse)는 아글라브(Aghlabid) 왕조 시기(800~909)에 중요한 상업적·군사적 항구였다. 지금도 메디나에는 카스바(kasbah)와 성벽들, 부 프타타 그래이트 모스크(Bu Ftata Mosque), 요새이자 종교 건물인 리바트(ribat)가 잘 보존돼 있다.

카스바는 방어를 위한 성채이고 리바트는 군사와 종교 두 가지 기능을 가진 건축물이다. 수스의 리바트에는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감시탑과 종교기능을 하는 미너렛(minaret)의 이중 역할을 하는 망루가 별도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 성벽으로 에워싸인 항구는 이슬람의 군대는 시칠리아 정복을 위해 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이곳 성벽은 북아프리카에서 초기 이슬람 시대의 특징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남서쪽 외곽 언덕 위에 지금 내가 서있는 리바트와는 완전히 다른 성채가 보였다. 그 성채는 844년에 비잔틴 요새 위에 건설된 성채로 지금은 30m높이의 칼라프파타(Khalef el Fata)만이 남아 있다. 칼라프파타 감시탑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다. 탑을 건설한 사람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이 탑은 오스만 투르크제국 시절에는 화약고로 사용되었고 프랑스 식민 시절부터 현재까지 등대로 쓰이고 있다.

최대 휴양도시의 매력
오늘 박물관에서 태극문양 모자이크를 보고 놀랐었는데 수스의 메디나에서 또 놀랄만한 유물을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찻집에서 우리의 맷돌과 똑 같은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발견한 것이다. 튀니지가 한국과 유사한 점들이 많은 나라라고 많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처음으로 아주 오래된 듯한 맷돌을 발견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메디나 수크(전통시장)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무작정 헤매다 보면 지중해가 나오고 다시 골목길을 들어서면 노천카페에서 민트 차를 마시는 튀니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돌다가 나오면 다시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다 보니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튀니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매년 120만 명의 유럽인들이 수스를 찾는다. 2015년 수스(Sousse) 테러로 벨기에인 1명이 사망한 이후 벨기에 정부는 튀니지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벨기에 외무부는 ‘여행객에 대한 조언’란을 통해 2017년 2월 23일에 권장 내용을 신중히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튀니스와 튀니지 해안지역인 모나스티르, 수스, 함마멧, 나불과 비제르트를 방문할 수 있다고 게재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곳 수스의 구 시가지는, 튀니지를 여행하는 한국의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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