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아닌 자원화 ‘눈길’
장식·한약재 넘어 신산업 재료로

껍데기의 사전적 의미는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다. 조가비는 조개껍데기를 말한다. 어원은 ‘조개+피(皮)’로서 제주지역에서 방언형은 조개기, 조갱이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풀어보면 복족류인 전복·소라는 껍데기며, 껍데기가 양쪽에 있는 이매패류인 모시조개·굴 껍데기는 조가비인 것이다.

조개무지라고 하는 패총(貝塚)은 해안가에서 살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이뤄진 유적이다. 유럽 등에선 음식물의 쓰레기 더미(kitchen midden)라 명명, 국제적인 학술용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 정도로 치부했던 껍데기와 조가비가 천연자원으로 다양한 분야에 재활용되고 있다. 예부터 있어왔지만 현대에 들어서도 가능성을 과시하고 있다.

고려시대 대표 공예품 나전칠기는 집안의 애장품 1호로 귀하게 여겼으며, 가구의 표면에는 광채 나는 진주로 산수풍경·십장생도 등의 문양 또는 길상문자를 넣어 장식을 했다. 이것이 바로 껍데기를 자원화한 실용적인 사례다.

껍데기는 과학자들의 생체모방 공학기술을 이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전복 껍데기의 90%인 탄산칼슘 성분과 구조를 응용해서 탱크의 철갑을 만들었다. 국내 대학에서는 전복 껍데기에서 고순도 산화칼슘을 추출 합성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치과용 임플란트 재료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전복 껍데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경주 사적지 1호인 포석정은 통일신라 시대의 안녕을 기원하고 제사 의식을 행하던 곳으로 전복껍데기 모양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굴 껍데기는 매년 30만t 정도 생기지만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굴 껍데기를 화력발전의 탈황원료로 활용하는 기술개발과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석화물질인 생석회의 원료로 매우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굴 껍데기 가루분필도 생겨났다. 더구나 오랜 세월 이매패류 유생의 자연채묘기로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재료로 알려져 있으니 아주 친환경적인 양식기술 소재인 셈이다.

조가비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선사시대인들은 주술적 행위로 조가비에 3개의 구멍을 뚫어서 사람 얼굴모양 조가비 탈을 만들어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

양식진주는 둥근 조개껍데기 겉에다 천연 진주 성분을 살짝 입혀져 진주 보석이 탄생하는 것이다. 즉 진짜 진주를 흉내 낸 가짜 진주인 셈이지만,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명화에 등장하는 비너스의 탄생, 지붕이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하우스는 예술·건축소재로 조가비 등을 무형자원으로 활용한 케이스이다. 서귀포시에 있는 조가비 아트뮤지엄도 유형자원을 관광산업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예술·건축소재·여성용 장신구 또는 관광 등 연관 산업으로 발전시켜 활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껍데기와 조가비는 빛을 발한다. 석결명·천리광은 전복껍데기 효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황도연의 방약합편에 껍데기는 눈에 백태가 끼는 것을 제거할 수 있다 했다. 민간요법으로 외상 출혈이나 동상 치료에도 전복 껍데기 가루를 사용했다. 굴 껍데기인 모려(牡蠣)는 동의보감에서는 양(陽)의 기운을 키우며, 담을 멈추게 하고 정(精)을 수렴하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다.

개오지는 은나라에서 진나라 때까지 적어도 1400여 년간 화폐로 쓰였다. 이처럼 조가비를 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조개 패(貝)가 붙는 글자는 재(財)·화(貨)·빈(貧)·전(賤)·매매(賣買) 등 대부분 돈과 관계되는 글자가 많다. 조개 패(貝)자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껍데기나 조가비가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연자원으로서 많은 분야에 산업소재로 이용되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더해 기왕이면 부(富) 창출에 활용하는 방안을 더욱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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