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항일투쟁 해녀조합 이후
道전역 해녀 망라한 첫 결사체
공동체 가치 구현 구심점 역할

단순 이익단체에 머물지 말고
제주해녀문화 보전·전승 위한
발전적 조직으로 비상하기를

 

“우리들은 제주도의 가이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알아/ 추운 날 무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

일제시대 제주해녀항쟁으로 구속됐던 우도 청년 강관순이 지은 해녀가의 일부 구절이다. 거친 바다와 싸우며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어 온 해녀들의 애환이 물씬 묻어나는 가사다. 이 노래는 당시 해녀들 입을 통해 퍼져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해녀는 제주여성의 강인함의 표상이다. 그들의 강인한 생활력은 오랫동안 제주경제의 버팀목이었다. 해녀들의 강인함은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에서도 빛났다.

제주해녀 항일운동은 1931년 6월부터 1932년 1월까지 구좌읍·성산읍·우도면 일대에서 펼쳐진 우리나라 최대의 어민항쟁이다. 특히 여성들이 주도한 유일한 항일운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일투쟁의 근본 원인은 해녀조합의 어용화(御用化)에 있었다. 해녀조합은 해녀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로 1920년에 처음 결성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은 일제의 착취기관으로 변했다. 일본인이 조합장으로 있는 해녀조합이 전복과 미역 등 해산물을 헐값에 강탈하고 각종 세금을 부과하며 착취하자 해녀들이 ‘관제(官制) 조합’ 분쇄를 결의하고 들고 일어섰다. 총궐기 당시 해녀들의 집결지였던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에는 2006년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이 건립돼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애국, 애향정신 함양을 위한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해녀들의 항일운동은 공동체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녀 공동체 문화는 공동작업 등을 통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해녀들의 공동체 정신은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배경이 됐다. 유네스코는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숨만으로 물질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인정했다.

제주해녀 유네스코 등재로 일제시대 해녀조합의 명맥을 잇는 조직이 탄생했다. 지난 25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해녀협회가 그것이다. 해녀협회 창립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 협약에서 권장한 토착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조처다. 이에 앞서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도 해녀협회 설립을 권장했다. 도내 전역의 해녀가 하나의 결사체를 이룬 것은 해녀조합 이후 처음이다. 협회에는 현직 해녀 4005명과 전직 해녀 5495명 등 모두 9500명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협회는 해녀문화의 보존과 전승 및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해녀의 권익보호와 자긍심 고취 사업도 진행한다. 강애심 초대회장은 창립총회에서 “해녀협회는 해녀문화를 보존하고 해녀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둥이 될 것”이라며 “유네스코의 정신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녀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녀문화의 공동체적 가치와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은 유네스코 등재가 아니어도 마땅히 보존되고 전수돼야 할 제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해녀협회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항일운동을 했던 자랑스러운 선배들을 기억하며 해녀문화 보전에 열정을 쏟기를 바란다.

무릇 단체는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구성된다. 그러나 해녀협회는 당국의 지원을 얻기 위한 단순한 이익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협회는 도민과 지역사회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제주해녀문화의 전승·보전과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해녀문화 보존을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해녀 양성이 시급하다. 고령화 등으로 해녀 수가 점점 줄고 있다. 후배해녀 양성에 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바다는 해녀문화의 토대다. 그런 바다 환경 보존에도 해녀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협회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 당국은 해녀협회가 발전적 조직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그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제주의 해녀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해녀협회 출범이 제주해녀 문화 보전과 전승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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