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 판세 ‘문재인 1强’ 체제로
안철수·홍준표 후보 2위 각축
‘후보 단일화’ 등 變數 기대 난망

‘保守의 대몰락’ 현실로 나타나
유승민 고군분투 불구 역부족
“죽어야 산다…”의미 되새겨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3월 10일) 직후, 매일경제신문과 MBN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을 파면한 결정에 대해 우리 국민 86%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잘못했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이는 헌재 결정 바로 전의 탄핵 인용 찬성(76.9%)과 인용 반대(20.3%) 여론조사 때보다 찬반 격차가 더 벌어진 것.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응답도 92%에 달했고 ‘불복한다’는 응답은 6.0%에 불과했다.

탄핵 과정에서 이반(離反)된 민심이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독주(獨走)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양강(兩强)체제’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격차를 벌리면서 안정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판세는 CBS노컷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20.9%, 그 뒤를 16.7%를 기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7.6%,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2%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른바 ‘1강-2중-2약’의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모양새다.

‘후보 단일화’ 등의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가운데 앞으로 ‘메가톤급 돌발(突發) 변수’가 없는 한, 문재인 후보의 독주는 선거일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준표 후보 측에선 여론조사 수치와 바닥 민심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하에서 시작된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는 현실이다. 지금 보수 후보(홍준표+유승민) 지지율을 합쳐봐도 20% 초반대다. 4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후보를 꺾으려면 유승민은 물론 나머지 후보(안철수·심상정)들의 표도 쓸어 담아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간의 대선과 비교하면 ‘보수의 대몰락(大沒落)’이 아닐 수 없다.

‘강남아줌마’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와 이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등으로 ‘보수의 몰락’은 이미 예견됐었다. 비록 박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현재 모든 비판과 비난은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친박(親朴)을 비롯한 전체 보수 세력이 함께 짊어지고 감당해 나가야할 무거운 짐이다. 그것은 ‘보수의 가치’를 저버린 원죄가 그들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보수(保守)’가 무엇인가. 급격한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와는 달리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게 바로 보수 혹은 보수주의다. 그러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참다운 용기와 수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의 대부분 기득권과 이권을 쫓아다니며, 도덕과 원칙까지 내팽개치는 기회주의자들이 ‘보수’를 참칭(僭稱)하고 있다. ‘수구 꼴통’이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잘못이 있다면 진정한 반성이라도 해야 보수의 내일을 모색할 수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고 비아냥거리던 홍준표 후보는 지금 보수 표심을 겨냥해 ‘박근혜 팔이’에 몰두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 제1야당의 역할에 만족할 속셈인지는 몰라도,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해서는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보수의 새 희망’을 자임하며 대선전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정치의 벽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영향으로 ‘배신(背信) 프레임’에 걸려 고향인 TK지역에서 배척을 당하는가 하면, 지지율 저조로 당 안팎의 견제에 휘청이며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는 이번 대선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 보수의 새 희망(希望)’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는 그의 완주(完走)를 격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보수는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철저하게 죽어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게 바로 ‘몰락한 보수’에게 제19대 대선(大選)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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