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수스(2)

▲ 수스 메디나의 전경

튀니지에서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일 지나 다녔던 메디나(medina, 구도심)는 튀니스(튀니지의 수도)의 중심가에 있는 메디나(6회 연재) 하나 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튀니지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지방에 가는 곳 마다 메디나가 있었다. <편집자주>

▲ 수스 메디나 광장

▲‘고대도시’ 메디나
아랍인들은 649년, 현재의 튀니지 지역에 도래해 이곳에서 수 세기 동안 살아가면서 여러 지방에 메디나(고대 도시)를 세웠다. 수많은 왕조와 여러 이민족의 지배를 거치면서도, 무너지면 다시 재건하면서 수스, 모나스티르, 함마멧 등에는 여전히 아랍 특유의 건축양식들이 남아, 역사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튀니지를 여행하려면 사전에 메디나에 대한 지식을 알고 떠나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디나는 이슬람의 성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튀니지의 메디나는 이슬람의 성지가 아니라 고대도시를 뜻한다.

튀니지 지방도시에 있는 메디나는 모두 형성 시기가 다르다. 이슬람교의 종파도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이 종파는 63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사망하면서 누구를 후계자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나누어 진 것이다. 수니파는 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인 제1대에서 4대까지의 칼리프를 정통 후계자로 인정한다. 시아파는 4대 칼리프인 무함마드의 혈통을 유일한 후계자로 본다.

세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19억 명의 이슬람 신자 가운데 85%가 수니파다. 튀니지는 물론 국교가 이슬람교인 나라를 여행할 때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 종파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 메디나 개인 주택의 문

▲수스의 고대도시
한편 튀니스에서 수스를 여행하려면 ‘몽쉐프 베이’에 있는 터미널에서 이용하면 된다. 몽쉐프 베이는 튀니스의 중심가이자 프랑스 풍의 도시인 ‘하비브 부르기바’에서 걸어가도 20분이 채 안 걸린다. 몽쉐프 베이 버스터미널이 있는 거리는 서울의 용산처럼 전자상가 거리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수스(Sousse)의 리바트(ribat) 요새 망루에 올라가 메디나를 관망해 보니 메디나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중심으로 고대의 도시가 설계되어 있었다.

다섯 명이 간신히 서있을 수 있는 좁은 망루에서 메디나를 구경하고 있는데 어린이를 대동한 관광객이 올라왔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 보았더니 독일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놀라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더니 내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봤다는 것이다.

튀니지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엄지 척을 내미는 것은 다반사였지만 좁은 망루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인이 태극기를 알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스의 재래시장에서 먹는 ‘부릭’
다리가 후들 거릴 정도로 가파른 망루에서 내려와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메디나 역사만큼 아주 오래된 수크(Suuq, 재래시장)가에 도착했다.

수크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서는 상업지역을 의미한다. 그런데 튀니지에서는 재래시장을 ‘쑥(SOUK)'이라 한다. 튀니지 아랍어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가서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 튀니지 아랍어는 원주민의 언어와 동화 되면서 사투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튀니지에서도 관광은 ‘쑥(SOUK)'에서 시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점심을 먹고 돌아보기로 했다. ‘쑥(SOUK)’에 있는 전통음식점에서 사진으로 되어있는 메뉴를 보면서 튀니지에서 생산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마공포도주와 함께 만두 모양의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왔는데 한국에서 만두를 넓적하게 빚어 바삭바삭하게 튀겨 낸 튀김만두와 똑 같았다.

이 요리를 튀니지에서는 부릭(brik)이라고 한다. 가장 유명한 튀니지 전통요리 중 하나이다. 내피에 야채와 함께 양고기를 다져넣고 위에 레몬즙을 뿌려서 포도주를 마시면서 먹는다. 맛이 일품이다.

전통음식점에서 나와 두 사람이 어깨를 마주하고 걷기도 힘든 좁은 골목길에서 신비스러운 아랍풍의 문양으로 만들어진 보석함을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이 50디나르(3만원)라고 가격을 말해 준다. 내가 관심을 안보이자 30디나르에 주겠다고 한다. 그래도 관심을 안보이자 15디나르에 주겠다고 한다. 나는 문양이 신비스러워서 구경만할 생각이었지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지나치려는데 갑자기 10디나르(6000원)에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 가치는 30디나르를 주고 구입해도 아깝지 않은 보석함이었다.

튀니지 고대 도시 안에 있는 토산품 가게에서 물건을 흥정하는 팁을 경험에 의해 알려주고 싶다. 토산품 가게에서 바가지를 안 당하고 물건을 구입하려면 일단 자신이 생각한 적당한 금액보다 낮게 가격을 부르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주인이 50디나르를 부른 물건이 몇 번의 실랑이 끝에 10디나르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흥정방법은 재래시장인 ‘쑥(SOUK)'에 있는 토산품 가게나 옷가게에서만 유효하다.

튀니지의 모든 물건은 우리나라처럼 정찰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화폐수준으로 물건의 질을 논할 필요는 없다. 튀니지에서는 1디나르(600원)도 아주 높은 화폐 단위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열매 ‘디글라’
수스의 메디나 ‘쑥(SOUK)'의 골목길에도 어김없이 디글라(Digla, 대추야자)를 팔고 있다. 디글라는 사막지역에서 재배되는 열매로 질 좋은 디글라를 사려면‘쑥(SOUK)'에 가야 한다. 2011년 EBS 세계테마기행 북아프리카의 전설, 튀니지 3부에서 방영했던 대추야자가 바로 디글라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나올 때 식량으로 종려나무의 열매를 가지고 나가는 것을 허락받았다고 하는 열매가 디글라이다. 구약성경에는 대추야자를 ‘에덴동산의 과일’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디글라는 20알 정도에 1.5디나르(900원) 정도 한다. 튀니지를 여행 기념으로 지인들에게 나눠 주면 아주 좋은 귀한 선물로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아시스에서 나는 열매는 야자수가 아니라 종려나무의 디글라이다. 디글라는 남자들에게는 스태미나 증가시키고, 여자들에게는 냉증에 아주 좋다고 하며, 혈액순환과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고, 눈의 시력을 개선해주는 등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서 튀니지 사람들은 디글라를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과거의 도시인 수스의 메디나의 좁은 어떤 골목길은 지붕이 덮여있고 몇 세기가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택의 다채로운 문들은 크기에 따라 잘 사는 사람의 주택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특이했다. 하프시드 양식의 직사각형 문도 있고, 작은 문이 하나  더 달린 ‘코우카(Khoukha)’ 양식(6회 연재)의 문도 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수스의 메디나에서 만나는 바다는 지중해이다. 여러 지방 도시의 메디나를 여행해

▲ 메니다 쑥의 도로, 외적을 막기위해 좁은 미로가 특징이다.

수스는 이슬람 초기에 형성돼 전형적인 아랍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지금도 그 당시 주요 건축물과 생활구역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1988년 광활한 메디나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외부의 침입에 방어하기 위해 높게 쌓인 카스바(Kasbar)와 이슬람 수도장이면서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관측 탑으로 사용했던 리바트(Ribat) 등 메디나 안에 조성된 삶의 터전들은 지금도 고대 아랍인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수스의 메디나 안에 발을 들어 놓으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 한국하고는 다른 문명과 문화여서 그런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모두 예술이요 신비롭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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