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오늘은 재선거 투표 날이다. 그 간 치열했던 선거전이 마무리되고 엄숙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유권자들도 한 표 행사가 정치참여라는 의미에서 소중함을 느낀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그러나 긴장의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날에 선거 마무리를 꺼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번 6.5 재선거를 평가한다면 첫째, 갈비 집이 조용했다. 둘째, 연설장 동원령이 없었다. 셋째, 선거 꾼이 없어졌다.

한 마다로 돈 선거가 사라졌다는 평가에 점수를 줄만하다. 어느 정도 정책대결 선거라는 분위기가 살아 날 듯 했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있었다. 아쉬움이 크다면, 지방선거가 중앙의 선거, 중앙의 논리로 끌려가는 기류가 심하게 흘렀다.

지방 일꾼을 뽑은 선거에 중앙정치가 너무 설치는 것이 지방의 논리로는 어색함이 있었다. 지역지도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너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하든 선거 판이 추잡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렇게 떠들썩했던 지난날의 ‘갈비선거’는 역사의 퇴물로 고갯마루를 넘어서고 있다.

승자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선거는 이겨야한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2등은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선거는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사활을 걸고 모든 전략과 지혜를 총 동원한다. 여기에는 치졸한 일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것이 선거다. 선거 판에 뛰어든 사람이 선거를 이해 못하면 안 된다. 섭섭함이나 서운함 같은 것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넓은 도량으로 감싸 안아야한다. 모든 것은 선거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허물일 뿐이다. 선거는 화해와 용서를 서로 주고받음에 가치가 있다.

승자든 패자든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 후회하거나 탓하면 졸장부가 된다. 승자는 신의 가호로 패자는 부덕의 소치로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승자와 패자가 서로 손을 내밀고 뜨겁게 잡을 수 있어야한다.

서로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인격을 보이라. 오늘에 승자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살펴주라. 그래서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제주사회를 봉합해 주어야 한다.

모두의 지혜와 두뇌를 모으라

오늘 자정이면 제주도의 새 지도자가 탄생된다. 선거 과정에서 내 놓은 공약들이 너무나 많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가 매겨질 거다.

거창한 것이든, 작은 것 이든 마음 쓰기는 매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홀대하게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주의 미래를 가늠할 국제자유도시건설 과제가 최우선 일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려운 경제를 보살펴주는 일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민이 먹고 사는 관광 과 1차산업 그리고 중소기업과 지역상권이 밑바닥을 해매고 있다. 체감경기가 말이 아니다. 너무 거창하고 큰 것만 보지 말라. 작은 민생의 어려움을 우선 생각해야한다. 어려워지는 농어촌마을, 재래시장, 열악한 관광, 올라가기만 하는 물가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하기만 하다.

두뇌를 모으라. 지혜를 모으라. 경륜 있는 원로들을 모시는 아름다움도 보고 싶다. 도지사 혼자서 뛰어서 될 일들이 아니다. 지도자는 냉철한 이성과 과감한 결단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만 있으면 된다. 해야 할 일에는 과감한 행동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는 확실한 결단을 내릴 때 도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