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출범한 신생정당 마크롱 후보
압도적 표차 당선…새 歷史 써
佛 국민, 실패한 기성정치 ‘철퇴’

한국 大選 기존 선거관행 되풀이
‘제3지대’도 진영 싸움에 밀려
“순간의 선택이 우리 미래 좌우…”

 

올해 만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의 새 역사(歷史)를 쓰고 있다. 7일(현지시간) 열린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중도신당인 ‘앙마르슈’의 마크롱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마크롱은 지난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60여년 역사상 최연소이자 비주류 정당 대통령이란 신화(神話)를 창조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인 공화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해왔다.

마크롱은 원래 사회당 소속이었다.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경화된 당(黨)에 답답함을 느꼈고, 지난해 8월 사회당을 뛰쳐나와 중도신당 ‘앙마르슈’를 발족시키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독자 노선을 걸었다.

마크롱의 정치성향은 좌와 우를 망라하는, 이른바 ‘제3지대’로 요약된다. 정치·사회적으론 불평등 해소와 온 국민을 위한 기회 진작 등 좌파 정책을, 경제적으로는 우파에 가까운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는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각종 폐단은 고치되, 앞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한다. 소속당 이름이 ‘앙마르슈’(En Marche)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앙마르슈는 ‘전진(前進)’이란 뜻으로, 그의 정치적 지향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크롱은 유럽연합 잔류와 자유무역 및 개발경제, 문화적 다원주의 등을 내걸어 극우(極右) 진영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꺾었다.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과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내세운 르펜에 ‘개혁과 개방’으로 맞선 것이다.

마크롱의 승인(勝因)은 틀에 박힌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서 실패한 기득권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신선함과 과감함에 있었다. 사회당과 공화당 정권에 실망한 프랑스 국민들은 이에 환호했고 사상 초유의 ‘30대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자신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마크롱은 “우리의 긴 역사의 새 장(章)이 오늘 열린다”며 “희망과 새로운 신뢰로 가득 찼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를 파괴하는 모든 분열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에게 고배를 든 마린 르펜 역시 패배를 시인하고 “마크롱이 거대한 도전들에 맞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는 덕담을 남겼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지만, 프랑스의 정치 및 사회 풍토가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30대는 입에서 젓내가 난다는 ‘구상유취(口尙乳臭)’ 쯤으로 폄하될 나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국민들은 ‘30대 대통령’을 과감하게 선택, 믿음을 보내고 있다. 그것도 국회의원이 단 한 석(席)도 없는 신생정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그 저변엔 능력만 있으면 30대 젊은이라 할지라도 막중한 ‘경제장관’에 발탁하는 프랑스 기성 정치인들의 혜안(慧眼)이 자리잡고 있다. 마크롱은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거쳐 경제장관을 역임했었다.

‘제3지대’론 또한 그렇다.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이 말이 한때 회자되긴 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란 양대 세력 다툼에 밀려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 국회의원 수 등을 거론하며 ‘책임’ 운운하는 ‘겁박’이 유권자들에게 먹힌 탓이다. 현재와 같은 정치구도론 그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협치(協治)’를 하지 않고는 안 될 상황임이 뻔한데도….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과 혐오는 프랑스와 한국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프랑스는 새로운 변화(變化)를 선택한 반면 우리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이번 대선은 어느 특정인의 성취욕을 떠나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짊어져 나갈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크롱처럼 폐단은 고쳐 나가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과거에 머물러 있기엔 우리가 처한 환경이 너무 엄중한 상황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偏見)과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서는 또다시 땅을 치고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어떤 연고 등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흐르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명언(名言)을 남겼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새삼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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