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한류

▲ 튀니지 한류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한 튀니지 청소년들.
▲ 튀니지 한류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한 튀니지 청소년들.

튀니지에서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활동하면서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안전 때문에 집 밖에만 나서면 긴장했다. 나가더라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반복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나의 마음을 열어준 것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10대 소녀들이 나에게 다가와 “엔티 꾸리?”라는 질문을 하면서였다. 나는 서서히 튀니지 생활의 초조함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편집자주>

▲ 튀니지 한류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 용품
▲ 튀니지 한류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 용품

▲뜻하지 않게 한류의 도움을 받다
이것은 한류(韓流)였다. 그 먼 나라, 지중해를 앞에 둔 어느 국가에도 한류가 불고 있었던 것이다. 한류(Korean Wave)는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

유럽과 닮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이 곳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말경 튀니지 국영 TV가 한국드라마 ‘슬픈연가’를 방영하면서 부터다. 이후 ‘대장금’, ‘미안하다, 사랑한다’, ‘종합병원’,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한국드라마가 연이어 방영되었고, 2011년에 프랑스에서 K-Pop 공연을 계기로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튀니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K-Pop 동호회가 결성되면서 급속도로 한류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 필자의 한류 동아리 사진 전시회
▲ 모나스티르 호텔대학

내가 튀니지에 2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서 방영되는 연속극에 대한 정보들은 도리어 친하게 지내는 튀니지 여성들을 통해 들을 정도였다. 내가 튀니지에서 많은 사람들과 나이에 관계없이 친해지고, 어려울 때 도움을 받고, 이곳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한류열풍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한국 사람임이 확인이 되면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게 다반사였다. 이들의 첫 마디는 “한국사람 예뻐요!” “한국을 사랑해요!”였다.

▲ 튀니지인들이 시청하는 한국 연속극
▲ 함마멧 관광대학의 한국의 날
▲ 함마멧 관광대학의 한국의 날
▲ 퀴즈대회
▲ 퀴즈대회
▲ 한국과 관련한 각종 행사의 안내 포스터들

▲한국과 닮은 꼴 문화
튀니지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가 좋은 것은 드라마 내용이 어쩌면 튀니지 사람들의 정서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튀니지 사람들은 어른을 무척 공경하고 온순하며 낙천적이다. 또 이 곳은 가족 중심의 사회다. 한국 드라마에는 가족 간의 애틋한 정과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를 갖추는 장면이 많은데, 이런 점들이 튀니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에서의 한류는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래서 동양인만 보이면 달려들어 혹시 한국인이 아니냐고 묻고 말 한마디를 배우려고 환호한다. 이 때문에 마나르 대학교 산하의 전문 어학교육기관인 부르기바 어학원은 튀니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튀니지에서의 이런 열풍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의 휴대전화는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성휴대전화는 튀니지 직장인들이 한 달 봉급을 주고도 구입하기가 어려운 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기제품이다. 중국, 유럽 등 여러 국가 휴대전화 보다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아주 자랑으로 생각한다. 튀니지의 대도시에서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광고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럽산 일색인 튀니지 자동차 시장에 기아자동차가 진출했다. 이처럼 한국 전자제품은 최고의 상품으로 인식되고 한국을 배우자는 붐이 일어 난 것도 한국드라마 때문이다.

▲ Toke Korea 단체 한국의 날
▲ 마누바대학교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
▲ 2015 Fighting Korean Festival의 모습
▲ 2015 Fighting Korean Festival의 모습
▲ 2015 Fighting Korean Festival의 모습
▲ 마누바대학교의 한국어 말하기대회 수상자들과 함께, 왼쪽 두번째가 저자 고병률씨다.
▲ 비제르트(Bizerte)에 있는 KBFC(Korea’s Bizertians Fan Club )사파(safa gabteni) 회장

▲대사관도 한류 열풍 지원
튀니지의 거리를 걷다보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튀니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튀니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50명 정도이고 관광객도 거의 오지 않지만 지방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상인들까지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한다. 권상우, 김희선 등이 출연한 ‘슬픈연가’는  무려 4회나 재방송됐다.

내가 튀니지에 도착해서 처음 체험한 한류 열풍은 2014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있는 마누바대학교에서 열렸던 제4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다. 이 날 나는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진을 같이 찍자는 여학생들의 요청을 받아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에 가슴이 벅차 오른 적이 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2009년 2월 18일, 한-튀니지 수교 40주년 기념 문화행사로 처음 개최되면서 지금도 주 튀니지 대한민국 대사관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다. 여기서 수상자 전원에게는 한국 여행의 기회도 주어지고 있다.

드라마와 K-Pop 한류 열풍 이전에 원조 한류는 태권도이다. 내가 유적지를 관광할 때마다 무료입장 등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인연도 태권도를 배우는 관리직원 덕분이었다. 튀니지태권도연맹에 의하면 본부 및 6개 지부에 약 9000여 명의 태권도 회원이 등록돼 있다. 2016년 3월에 개최된 ‘아프리카 국제 태권도 대회’에서 튀니지 국가대표팀은 총 13개의 메달(시니어팀 금2, 은4, 동1 / 주니어팀 금6)을 획득하였으며,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Oussema 선수가 80kg이하 체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튀니지에서의 태권도 열풍 또한 한류 못지않다.

튀니지 내 한류 관련 동호회는 대부분 K-Pop동호회에서 비롯된다. 한류 스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노래를 따라하는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파악된다. 튀니지에서 ‘I love Korea’라 외치는 동호회가 지방마다 많이 있다. 대표적인 단체는 ‘ACTC (Association Culturelle Tuiniso-Coreenne 튀니지 한국문화협회)인데 튀니스(수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TOKE(tunisian Organization of Korean Cultural Exchange 한국문화교류협회)는 회원 수가 약 1300명
(www.facebook.com/TOKE.tn)이다. 이외 UTC(Tunisian of Tunisian Corean, KBFC(Korea’s Bizertians Fan Club ) 등이 한류를 이끌고 있다.

수도를 중심으로 지방마다 수많은 한류 동호회들이 있는데 내가 초청 받아서 참가해 본 동호회는 27회 연재한 비제르트(Bizerte)에 있는 KBFC(Korea’s Bizertians Fan Club)이다. KBFC는 매년 약 100명의 회원들이 모여 서로 갈고 닦은 K-Pop 노래 및 댄스 실력을 뽐내는 대회를 비제르트의 지역 축제로 연다. 이 대회에 한국대사관에서도 행사에 필요한 물품과 상품 등을 지원하고 행사 당일에 참관하면서 클럽 회원들의 활동을 격려할 정도이다. 나는 지금도 KBFC의 사파(safa gabteni) 회장하고는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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