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부터 ‘위장전입’ 벽에
강경화·김상조 등 줄줄이…
‘내로남불’ 회자·‘문자폭탄’ 물의

文대통령 나서 ‘인사잡음’ 해명
야당 반발 해소될지는 미지수
北 또 미사일…새정부 입지 좁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천명했던 ‘5대(大) 인사원칙’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인사원칙을 밝혔었다. 이를 공약(公約)으로도 내걸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제동이 걸렸다.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야당(특히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경우 논문표절을 제외하고 무려 4가지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낙연 후보자도 부인이 서울 강남에서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례가 있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2차례 위장 전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에 앞서 벌써 3명의 위장전입자가 나온 셈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정서를 감안해 이낙연 총리 만큼은 내심 ‘통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같은 혐의의 그 다음 후보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것은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의 야당 의원들에 대한 문자폭탄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문자폭탄’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24일부터 쏟아졌다.

이날 김광수 의원(국민의당)은 “오전 청문회 직후 문자폭탄을 받았다”며 ‘군대는 갔다 왔냐’ ‘다음에 낙선운동하겠다’ 등의 문자 내용을 거론하며, “이래서 대선 과정에서도 문캠이나 ‘문빠 패권(覇權)주의’라는 말이 나왔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문회 이틀째인 25일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도 “밤새 문자폭탄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욕을 하도 얻어먹어 배가 부르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야당 측은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문자폭탄은 거의 테러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이는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남의 일 보듯이 내심 즐겨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논란 등으로 인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채택이 지연되고 있다. 첫 판이 어긋나면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다급해졌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진화(鎭火)에 나섰으나 오히려 야당을 자극한 꼴이 됐다.

임 실장은 이날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며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대국민사과 1호’인 셈이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임 실장의 해명과 관련 “그럴싸하게 포장된 궤변(詭辯)이자 공약 파기이며, 다가올 장관 인사도 결국 5대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선제적 고백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만약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후보자를 내세웠다면 민주당은 과연 어찌했을 것인지 숙고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다시 회자(膾炙)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청문회 논란의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공했다. 야권이 ‘5대 인사원칙’과 관련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위장전입 등 취임 후 불거진 ‘인사 잡음’과 관련해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수위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돼 논란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나서, 야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실로 엄중(嚴重)하다. 북한은 29일에도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기류가 더 거세질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인사청문회’에만 매달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청와대나 여야 정치권이 깊이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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