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마지막회

▲ 스페인 안달루시아 풍의 건물
▲ 튀니스 메디나에 있는 Bibliotheque-Nationale-de-Tunisie
▲ 로마 유적
▲ 로마유적
▲ 튀니지 지도

▲팔색조 같은 매력
북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에서는 아랍어 외에 공용어로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튀니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는 원주민 언어인 베르베르어가 혼합된 독특한 아랍어 사투리다. 그래서 튀니지에서만 통용된다.

튀니지를 한마디로 표현할 때 ‘다리는 아프리카에 있고 가슴은 아랍에 있으며 머리는 유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랍 국가이면서도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유럽과 마주보고 있고, 현재의 튀니지가 성립되기 전까지 수많은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으면서도 아랍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개방적이고, 프랑스식 제도를 유지하면서 서구문화를 이슬람에 접목시키는데 성공한 나라다.

튀니지는 과거 로마시대 원형극장에서 행해졌던 각종 공연예술의 전통을 바탕으로 국제 예술제 개최국으로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8개나 보유하고 있는 세계문화 유산의 보고이다. 페니키아 유적, 고대 기독교 유적, 로마유적, 스페인 유적, 오스만 투르크 유적 등. 지금 튀니지는 파리·런던 등에서 테러가 빈발하자 중국에서 몰려드는 유커(游客)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 튀니지국립도서관 정문
▲ 튀니지국립도서관서고
▲ 튀니지국립도서관
▲ 필자와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들

▲튀니지도서관에서 근무한 2년
필자는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일하던 중에 2014년 8월 31일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튀니지에 파견되어 2년 동안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튀니지국립도서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활동 임무는 ‘튀니지국립도서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선 사업 추진’이었다.  이를 위해 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귀국했다. 튀니지국립도서관(영문표기 TUNIS NATIONAL LIBRARY, 불어표기는 Bibliotheque nationale de Tunisie)은 1885년 개관했다. 당시 명칭은 프랑스도서관(French Library)이었으나, 1956년 3월 20일 튀니지가 독립하면서 튀니지국립도서관으로 개칭됐다.지금 건물은 2005년 12월 신축된 것이다. 면적은 3만5000㎡이며, 6층과 8층 건물 2동을 가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6세기 아랍도시 메디나(구도심을 일컫는 말, 6회 연재) 안에는 프랑스가 튀니지를 지배할 때 아랍의 건축 양식을 이용해 1885년 개관한 구 튀니지국립도서관이 관광명소로 잘 보존돼 있다.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은 총 256명이며 장서는 약 100만권 가량이다. 그런데 아직도 책을 대출할 때는 목록함에 있는 목록카드로 대출하는 방법을 유지하고 있고 각 자료실 입구마다 회원증을 관리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자료실에 들어 갈 때 마다 그 직원이 회원증을 보관하는데 튀니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취업난 때문이다.

튀니지국립도서관은 독특하게도 대학원생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인도 대학원을 나와야 출입할 수 있고 회원증은 1년에 한번 서류를 제출해서 갱신해야 하는데 발급비용으로 5디나르(3000원)를 받는다.

튀니지에는 공공도서관이 없고 대학교 등 학교중심으로 도서관이 운영된다. 여러 곳의 대학과 학교도서관을 방문해보았지만 전산화가 거의 안 되어 있으며 환경이 아주 열악하다.

▲한국의 최첨단 도서관 기술을 전수하다
튀니지국립도서관 주변은 튀니지에 여행을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관광명소다. 메디나,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왕궁, 가스바 광장과 튀니스 시청, 국무총리 공관, 국방부, 튀니지 재경부, 튀니지 법원 등 고유의 아랍 풍으로 만들어진 국가 기관이 밀집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를 니콜(Charles Nicole) 병원과 1875년 세운 중·고등학교, 1938년 세운 프랑스 학교도 있다.

필자는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현장 활동을 위한 2개월 동안의 기초 조사를 마치고 조사결과를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들에게 발표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다시 토론을 거치면서 하루해가 짧은 정도로 즐겁고 보람된 개선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필자가 귀국할 때까지 6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2015년 8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한국 공공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튀니지국립도서관 관장 등 직원을 인솔해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을 방문하고 이 곳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방한 기간 필자는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들에게 주한 튀니지대사관, 한국도서관협회, 국립중앙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과 박물관, 경복궁 등의 유적지를 안내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었다. 이 내용은 튀니지의 최대 일간지인 르 텀(LE TEMPS, 2015년 8월 27일자)지와 라 프레스(La Presse. 2015년 8월 26일자), 한국에서는 중앙일보 등 17개 신문에 보도됐다.

▲ 한국자료실 개관식
▲ 튀니지국립도서관 한국자료실
▲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활동하는 필자
▲ 현장사업 튀니지신문기사-la press 2016.01.10

▲최초 타국 자료관 개설
이런 가운데 2016년 1월에는 튀니지국립도서관에 ‘한국자료관’을 개관했다.  48.4㎡의 조그만 규모지만 튀니지국립도서관에 다른 나라 자료관이 들어선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래서 자부심도 크다. 개관식에서는 나의 활동에 대한 격려로 튀니지 문화부에서 주최하고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주관한 ‘현장 사업 세레모니’도 열렸다.

그 뒤에는 필자가 추진했던 RFID시스템 구축, 회원증발급시스템, 청구라벨 출력시스템 지원 등 여러 사업으로 튀니지 국무총리(Habib Essid)와 신임 문화부장관을 만나는 영광도 얻었다.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2년을 활동하면서 도서관에서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다. 또한 한류 바람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생에서 대학생, 일반인들까지 많이 알고 지냈다. 귀국한 지금도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려오고 있다.

필자는 길을 걷다가도 택시를 잡지 못하면 항상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행지에서도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튀니지 사람이나 경찰관들에게 튀니지 외교부에서 발행한 체류증과 제주매일신문 연재 기사, 튀니지 신문에 보도된 나의 기사, 튀니지 국무총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귀빈대우 하듯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슴에는 지금도 친절하게 대해준 튀니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채워져 있다. 튀니지는 제2의 고향과 같은, 아름답고 신비스런 나라이다.

▲ 활기가 넘치는 튀니스 도시 모습
▲ 튀니지 해변 풍경
▲ 튀니지 지방도시 풍경
▲ 튀니스의 중심가 모습

▲2탄을 기약하며
이제 1년 1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에 연재한 ‘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를 마치는 아쉬움이 크다. 여행기를 1년 넘게 신문에 연재한 것은 한국에서도 제주매일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특히나 국내에는 튀니지 여행기를 별반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아쉬움으로 제2탄 튀니지 연재를 제주매일과 논의 중에 있기도 하다.

한국과 경도와 위도가 같은 나라 튀니지, 의료수준이 높은 나라 튀니지, 어른을 공경하는 나라 튀니지, 유아기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 튀니지, 사계절이 있는 나라 튀니지, 고추·마늘 등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라 튀니지, 배추만 빼고 모든 채소들이 한국과 같이 재배되는 나라 튀니지, 한국을 사랑하는 나라 튀니지. 필자는 다만 지난 1년간의 고된 집필 노동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다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튀니지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고’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깰 수 있었다’는 어느 독자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그 동안 애독해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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