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인류가 추구할 궁극의 이상
세계 정세·환경엔 ‘비평화’ 만연
평화 창출 ‘도시 연대’로 시작 가능

‘세계평화의 섬 제주’ 역할 할 것
세계평화도시포럼 지속 개최
시민 간 교류·협력 모티브 기대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평화의 섬’이다. 2005년 우리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지 13년째를 맞고 있다.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는 평화의 창출과 정착, 그리고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올해로 12회째를 맞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도 ‘세계평화의 섬’ 지정을 계기로 본격화된 사업이다.

평화 없이 행복한 삶은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화는 모든 인간 삶의 지향점이자, 인류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평화가 창출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변 곳곳에 비평화(peacelessness)가 만연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황사와 수질오염, 빈곤과 차별, 무질서와 불공정도 평화를 깨고 있다.

세계정세도 ‘평화’와는 다른 길을 가는 듯하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례 없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초강대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행보에 거침이 없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지면서 외교·경제 등 각종 정책행보에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야말로 과거 냉전시대의 각축장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강대국 중심의 보호주의와 패권주의가 발흥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과 강대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평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배타적인 국익을 넘어 상호적인 협력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시’가 대안이다. 국가에 비해 국익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평화의 창출과 확산은 뜻을 같이 하는 도시들이 모여 ‘도시간 연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평화에 대한 염원도 클 것이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은 순식간에 두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일본의 두 도시가 평화의 염원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1982년부터 ‘평화시장회의’를 열고 있다.

‘평화시장회의’는 특정 국가나 도시,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게‘ 평화’ 그 자체만을 목표로 조직된 회의체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음 세대가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 도시에 전파하는 대표적인 ‘평화 도시외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 도시외교’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평화시장회의’나 UCLG가 강조하는 도시외교, 민간이 주도하는 예술을 통한 평화 확산 등은 향후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평화실천 활동에 중요한 모티브를 주고 있다.

첫째, 평화실천 활동은 국가의 전유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평화실천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 단위의 ‘트랙1 외교’는 종종 궁극적 목표인 국익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나 민간부문이 주축인 ‘트랙2 외교’는 비교적 국익으로부터 자유롭다. 외교의 대상도 반드시 국가가 아니라 그 하위의 도시나 각종 단체가 될 수도 있다. 평화 확산 도시외교는 전통적 외교와 달리 자유롭게 새로운 외교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평화 확산을 위한 도시 간 연대 강화와 발전이다. 제주자치도는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평화실천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세계 평화도시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방안과 공동사업 등을 모색하는 논의 플랫폼 가칭 ‘세계 평화도시 포럼’을 제주포럼과 연계하여 계속 개최하겠다.

앞으로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는 도시와 민간이 주축이 되어 평화 확산 및 실천 활동들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멀지 않은 시간에 북한의 도시들도 우리와 함께 평화 확산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제주는 항상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된 오늘날 주요한 특징의 하나는 도시가 주체가 되어 국가를 초월한 도시 간 국제적 연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제적 트렌드 속에 ‘세계 평화도시 포럼’이 전 세계 평화도시들의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시민들 간 교류·협력을 이끌어내는 모티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

<제12회 제주포럼 ‘평화도시 세션’ 원희룡 도지사의 기조연설문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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