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35)난티나무

▲ 냇새오름 계곡에 서식하는 난티나무.

제주도에는 2000종류가 넘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식물들도 있지만 다른 식물들이 적응하기에 힘든 특이한 환경에 적응하여 협소한 자생지와 적은 개체수를 유지하고 숨은 듯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도 많다. 이런 식물 중에는 곶자왈과 계곡에만 한정되어 자라는 큰키나무로 이름도 생소한 “난티나무”라는 식물이 있다.

난티나무는 느릅나무과(科), 느릅나무속(屬)의 큰키나무이다. 우리가 잘 아는 팽나무, 느티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모두 느릅나무과(科)의 나무들인데, 이 중 난티나무가 아마도 가장 생소한 나무일 것이다. 나무이름에 “난티”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는 드물다. 개암나무 중에 난티나무처럼 잎 끝이 좁아지는 것이 아니고 편평해져 크고 작은 거치가 발달하는 난티잎개암나무가 있을 정도이다.

최근까지도 제주지역에 난티나무의 분포는 거의 식물애호가들 사이에도 그저 입에서 입으로 어디에서 본적이 있다는 얘기만 있을 정도로 거의 무정보 상태였다. 필자도 많이 궁금했던 나무로 처음 다수의 실체가 확인된 지역은 예상과는 다리 곶자왈이었다. 그 이전에 한라산에서 이어지는 계곡에 있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곶자왈이 주요 자생지의 하나일 줄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곶자왈의 바위틈에 매우 통직하게 자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선흘 동백동산이나 곶자왈 도립공원 등 저지대에 위치한 곶자왈의 경우는 드물지만 교래나 애월처럼 중간간지역에 펼쳐진 곳자왈지역의 경우 고지대 분포식물이 자라고 있는 경우가 종종 확인이 되고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쌓여 있는 곶자왈지역의 환경특성으로 인해 습도의 유지가 용이하고 온도의 변화폭도 작기 때문으로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에 주로 자라는 난티니무같은 식물의 분포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아진다.

곶자왈 내부에서도 비교적 암괴들이 크고 깊은 함몰지형을 형성한 곳에 자라는 난티나무는 특히 주변의 나무들과는 달리 수간이 곧고 수피는 세로로 얕게 갈라져 멀리서도 확인이 용이한 편이다. 그렇지만 암괴들로 구성된 곶자왈지역의 특성상 발아된 어린나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성목들만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자생지들이 한라산의 계곡을 따라 확인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 북사면의 계곡 해발 약 700 ∼ 1,000m 정도에서 주로 확인되고 있다. 자생지의 형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편평한 계곡형태보다는 금방이라도 바위들이 무너질 듯해 경사가 급하고 암괴들이 많이 나출되어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은 곶자왈지역과도 많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다른 식물이 들이 적응이 어려운 지역에 터를 잡고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자생지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골머리오름에 생육하는 난티나무 .

국내에서 난티나무의 고향으로 볼 수 있는 곳은 백두대간지역이다. 국내에 수집된 표본을 보면 대부분이 강원도과 울릉도지역으로 그 외 지역은 드물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분포로 볼 때 사실상 북방계의 식물로 판단할 수 있는데 해외의 분포도 역시 극동러시아 남단과 중국, 일본의 고산지역에 그 분포가 알려져 있다.

이름도 특이한 난티나무는 특히 잎의 모양이 아주 특이하다. 도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잎의 끝부분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 아니고 넓어져 3개정도로 깊게 갈라져 마치 뿔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가장자리로 거치(톱니)가 이중으로 형성되어 있고 예리하며, 털이 있는 표면은 사포처럼 매우 거친 특징이 있다. 우리 제주지역에서는 활용도에 기록이 없지만, 목재는 가구재로 이용되고 수피에서는 섬유를 얻기도 하며, 어린잎은 식용을 할 수 있어 활용면도 다양한 편이다.

▲ 난티나무의 열매. 난티나무의 개화 시기는 매우 짧은 편으로 조금만 시간을 놓치면 종자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난티나무의 열매는 시과로 날개가 있다.

난티나무는 4월말부터 5월까지 꽃이 피는데 개화기는 매우 짧은 편으로 조금만 시간을 놓지면 종자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난티나무의 열매는 시과로 날개가 있다. 단풍나무종류처럼 한쪽으로 날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종자주변으로 둥글게 날개가 있어 차이가 있다.

제주도의 식물 중에는 난티나무처럼 한반도 내륙과의 공통인자들인 북방계식물들이 다수가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식물들은 곶자왈이나 계곡 및 한라산 고산지역 같이 특이한 환경에 분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제주도의 식물다양성을 높여주고 분포에 있어 남한계지역이 되는 경우도 많아 식물지리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존재들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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