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후보자 등 지명 불구
위장전입·음주운전 또 ‘흠결’
‘내가 하면 로맨스’론 문제 안 풀려

文 대통령 ‘일자리 追更’ 시정연설
국회 및 야당에 적극 협조 요청
‘야당 탓’말고 ‘결자해지’ 보여야

 

최근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불똥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7년 전 칼럼으로까지 튀었다.

문제가 된 것은 교수 시절인 2010년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란 칼럼이었다.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관련 조 수석은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질타한 바 있다.

한나라당을 향해선 “자기편 옹호하는 데도 지켜야 할 금칙(禁則)은 있는 법”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일단 이런 후보자들의 지명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의 이낙연 총리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이 속속 드러나며 이 칼럼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11일 지명된 장관 후보자 가운데서도 음주운전(조대엽 고용노동부) 및 위장전입(송영무 국방부)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1차 인사의 경우 대통령 취임 초라 정부의 변명처럼 ‘경황’이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11일의 3차 인사에서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위장전입은 물론 음주운전자까지 포함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조국 교수가 맡고 있는 민정수석은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자리다. 남에게는 혹독한 비판을 가하더니 이번엔 ‘흠결’을 뻔히 알면서도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꼴이 됐다. 야권에서 일제히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냐’는 강한 비판과 비아냥이 쏟아지는 이유다.

‘내로남불’은 이제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됐다. 그리고 그 ‘원작자’는 한때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월 탓인가.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말미암아 화려했던 그 명성도 지금은 오욕의 역사 속에 함께 파묻혀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시정연설을 통해 “고용 없는 성장을 막고 좋은 일자리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추경(追更) 시정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고단한 원인은 바로 일자리”라며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대부분 공공부문 일자리에 집중적으로 쓰일 것”이라며 “일자리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국정공백 상황을 멈출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도 보냈다. 야당이 현재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인사난맥(人事亂脈) 정국’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야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및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12일에도 불발됐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야 3당이 아직도 강경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추경 예산과 관련해서도 이상기류가 흐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감성적 일자리론’을 폈으나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대책만 나열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또 그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대책없는 대책이라고 쏘아붙이고 있어 향후 결과 역시 예측불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執權) 100일 플랜’을 제시한 민주연구원 등은 “집권 초 인사 실패는 국정 동력을 무너뜨리는 최대 실책”이라며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 실패를 반면교사로 지적한 바 있다.

인사문제 등의 모든 책임을 ‘발목 잡는 야당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협치(協治)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야당에 대해 양보만 강요하는 것은 결코 ‘협치’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란 인식을 버리고, 맺은 사람이 매듭을 푸는 결자해지(結者解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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