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화 골목투어’ 꿈을 현실로
문화공간 ‘F1963’ 성공적 민관 협력

제주시 공공디자인 자문단의 일원으로 최근 국내 우수디자인 시찰을 다녀왔다. 일정은 대구-포항-부산을 경유하는 2박 3일을 다녀왔다. 빠듯한 예산 때문인지 청탁금지법 덕분인지 한 끼 식사 값·숙박비 등도 한정돼 있어 참으로 검소(?)하게 다녀 온 듯하다.

그러면서도 ‘여정’은 빡빡하고 고됐다, 아침 7시경에 기상해서 저녁·야간 일정까지 소화하면 10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투덜대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투명해졌고 사명감으로 열심히 시찰하고 왔다는 표시를 내고 싶음이다.

필자는 이번 시찰 기회에서 제주시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답을 찾고자 했다. 유입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제주도 부동산 경기 활황 등은 제주시 원도심에 ‘다른 세상’ 이야기다. 상권침체로 인해 이곳에서는 놀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제주시 원도심은 유동인구가 줄고 상권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워낙 유동인구가 없다보니 임대 문의 자체가 안 들어온다”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를 새로 짓거나 탑동매립 등으로 인구를 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도내 최고 지가가 제주시 동문시장과 칠성로·중앙로 등 원도심 건물에서 나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제주시 연동 제원사거리 인근 건물로 조사된 바도 있다. 원도심 주민들은 “제주시 원도심이 침체되면서 도시공동화 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고 땅값만은 이동되지 않았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신제주인 연동이 최고지가로 조사되면서 앞으로 도심양극화가 더욱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침체된 도내 원도심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조례안에는 교육감이 제주도와의 협력을 통해 학생 전입 확대에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국내 우수디자인 시찰에서 대구와 부산의 사례에서 얻은 ‘힌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7년 전 대구광역시 중구 뉴타운과 관련, 관광 및 문화재 관계자들은 문화거리(골목투어) 활성화를 위해 ‘보존’을, 현 지주들은 사유재산권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며 ‘개발’을 주장하면서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여느 지역처럼 활성화의 ‘추진 방향’을 두고 난항을 겪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대구는 ‘관광도시 대구’ 로 기적을 이루었다. 근대화 거리를 조성하고 ‘근대화 골목투어’라는 관광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대구지역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의 협업,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몇 년 후 정말 꿈이 이루어졌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요즘은 나비효과의 영향일까? TV 먹방에 대구 맛 집들이 많이 나오고 대구 관광지들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대구의 관광 도시는 철저히 연구·개발·노력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올해 초 수영구 망미동 고려제강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F1963’이 정식 개장했다. 지난해 ‘2016년 부산비엔날레’ 행사 기간 전시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F1963’에서는 고려제강이 유명 카페와 막걸리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원예관·공원·카페·공연장·전시장 등을 갖춘 ‘F1963’은 고려제강이 공간을 조성하고 시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즉 민간의 자본과 시의 공공성이 더해진 새로운 민·관 협력 사례로 볼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전시나 공연을 보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곳, 머리가 복잡할 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F1963’의 사례는 옛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제주의 원도심이 제주도의 보석 같은 존재로 거듭하는데 좋은 롤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다. 좋은 벤치마킹으로 다시금 시끌벅적하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 원도심으로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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