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지난주 제주에서 연차총회
중국 주도 인프라 개발 목적
유럽국 가입 불구 미국·일본 빠져

중국 중심 세계질서 재편 본격화
제주 선도적 글로벌 마인드 필요
서울 반대로 돌아서면 태평양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제2차 연차총회가 지난 주 제주에서 열렸다. AIIB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항만·철도·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을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은행이다.

AIIB의 설립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천명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가정책과 관련 있다. 일대(一帶)는 내륙 실크로드를 의미하고 일로(一路)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즉 열차를 이용한 유럽까지의 육로와 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해상 교통로 확보가 그 목표다. 중국은 이 2가지 인프라가 자국 무역의 혈관 역할을 할 것이며,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대일로의 코스는 여러 나라를 거치기에 이 연결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해당국들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까닭에 '일대'에 해당하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국가들, 그리고 ‘일로’에 해당하는 동남아·남아시아 국가들이 AIIB에 대거 가입해 있다. AIIB는 관련국의 인프라 개발 수요 및 제3국의 개발사업 참여 등의 이해관계와도 함께하지만 이처럼 중국의 내부적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AIIB의 확산에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국제금융질서를 바꾸려는 ‘중국의 야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기존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지분 구조상 미·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불만을 품을 만한 일이다. AIIB 회원국에 독일·영국·프랑스도 가입되어 있지만 미국·일본은 빠져있다는 점이 이러한 갈등 구조를 시사한다.

중국은 AIIB 지분율 32.33%를 가진 종주국이며, 이를 중국의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화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AIIB를 통한 우호적 관계는 이후 정치적, 군사적 연계도 도모할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 재편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은 이제 경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컨대 의료 분야로서 중의학이 이에 포함된다. 중국은 헌법까지 명문화하면서 전통의학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위생부 중의약관리국의 1년 예산은 1조4000억으로 한국의 70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투자에 힘입어 근래에는 사스 등의 전염병에 중의학 치료로 유의한 효과를 거두어 WHO로부터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고문서의 관련 내용에서 착안하여 한약재로부터 말라리아 치료성분을 추출함으로써 중국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제주에는 이미 대규모 중국자본과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우려되는 문제점 또한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의 이 문제를 우리는 국제 정세의 변화와 중국의 세력화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GDP 기준으로 일본의 2배로서 G2의 반열에 올라 성장을 계속하며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 TPP와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등 일국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며 국제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현재의 복잡한 국면들 속에서 기저에 흐르는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과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 구축이라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AIIB 개최가 이러한 국제적 변화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변방 제주가 아닌 ‘글로벌 중국’의 바로 앞에 있는 제주의 현실을 직시하자. AIIB 총회가 끝난 다음날, 전혀 언급이 없었던 중앙지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제주지역 신문에서 AIIB 관련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처럼 국제적인 문제가 곧 제주의 지역 이슈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될지 모른다.

서울을 바라보고 서면 변방이지만 등을 돌리면 태평양과 바로 마주하는 대한민국의 전진기지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세계적 조류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글로벌 제주인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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