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인 ‘한라산’마저 소나무 재선충병에 뚫렸다. 우려했던 일이 끝내 현실로 닥친 것이다. 재선충이 도내 소나무림을 초토화시키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 등 관련당국에 ‘초비상’이 걸린 이유다.

제주자치도는 21일 한라산 국립공원 내 소나무 3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감염목은 제주시 해안동 1100도로변 고랭지 시험포 인근(해발 730m) 해송 2그루와 한라산 어리목 입구(해발 900m) 적송 1그루 등 모두 3그루다.

고랭지 시험포의 경우 지난해 재선충병이 발생한 어승생 제2수원지 인근(해발 683m)과 약 400m 거리다. 때문에 자연적인 확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직선거리로 2㎞ 정도 떨어진 어리목 일대서 재선충 감염목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현재로선 자연적 확산보다는 이동 차량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뚜렷한 발생 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해발 900m(어리목)는 바로 한라산 턱 밑이다. 어리목까지 재선충병이 확산됐다면 인근의 천왕사나 아흔아홉골 등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빼어난 절경과 함께 우량 소나무림(적송지대)이 대거 분포해 있는 ‘한라산의 속살’을 대표하는 곳이다.

제주도가 해발 1000m 고지까지 전량 예방 나무조사를 확대 실시키로 하고, 산림청 등 정부 당국과 협의에 착수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예산 확보 등 난제가 만만치 않다. 해발 1000m까지의 소나무(17만여 그루)를 방제하려면 대략 2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발등에 떨어진 최우선 과제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허비하며 기다릴 수도 없다. 예산 타령만 하다가 적기에 재선충 차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산림생태계는 그야말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가 ‘참사’로 변한 것은 침몰을 알면서도 제때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대책을 세워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것은 한라산 국립공원까지 확산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도 마찬가지다. 비상 시국엔 그에 걸맞는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제주도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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