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올해 편성한 농어촌진흥기금 중 일부를 외부차입금 조기상환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전체적인 재정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1차 산업을 위해 조성된 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주 큰 잘못이라며 의원 모두가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문제는 도가 제출한 ‘2017년도 제1차 제주특별자치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견(안)’에 대한 도의회의 통합심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현우범 농수축위 위원장은 “제주도가 올해 반영한 농어촌기금 350억원 중 200억원을 예탁금으로 전환했다”며 “농어민을 위한 기금이 (도정의) 빚을 갚는데 사용됐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농어민이 알면 통탄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용 의원도 “농어촌진흥기금을 외부차입금 상환에 쓰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정이냐”며 “기금을 조성한 목적을 벗어난다면 적립할 이유가 없다”고 공박했다. 특히 좌남수 의원은 “10년 전 제주도예산이 3조2000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조원 시대가 됐다. 하지만 1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예전과 마찬가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어촌진흥기금을 외부차입금 상환용으로 쓴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 제주도는 전체적인 재정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 자체가 큰 문제다. 예산 운용에도 어떤 기준과 원칙이 있을 것이다. 제주지역 1차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기금을 마치 제 주머니 쌈짓돈처럼 제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그 결과를 떠나 명백히 잘못된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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