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개축 예산 자부담 없어 불편 계속
기준 정비 고령사회 대비해 나가야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인구절벽’이라 할 만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가 더욱 심각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라 하는 데 추자면과 한경면·구좌읍 등 일부 읍면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5%를 넘어섰다. 도 전체적으로는 2017년에는 65세 이상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경에는 도민 가운데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인구변화에 따라 노인복지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고령사회에서 어르신을 위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어르신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 경로당이다. 젊은 시절 직장과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나이 들어선 경로당에서 친구도 사귀고, 식사도 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일상생활에 활력을 얻게 된다.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이지만, 문제는 경로당별로 시설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당은 넓고 사용하기 편리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반면 몇몇 경로당은 좁고 편의시설도 상당히 불편하다.

이번 결산심사에선 제주시 모 경로당의 경우 이용하는 어르신들 수에 비해 경로당이 좁아서 증축을 위한 예산이 편성됐으나 전액 불용 처리됐음을 확인했다. 2015년 예산으로 편성됐다가 자부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용되지 못해서 명시이월됐었는데, 2016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불용처리된 것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소위 말하는 ‘자부담’이라는 것이다. 즉, 경로당을 신축 또는 증축하기 위해서 행정에서 일정규모의 예산을 배정하면 그에 따라 특정 비율을 경로당 자체에서 부담해야 예산을 받을 수 있다. 공유지의 경우 행정에서 부담하는 비율이 100%이나 마을 소유의 부지나 아파트의 경우 행정은 70%를 부담하고 마을이나 아파트에서 나머지 30%를 부담해야 경로당 신·증축이 가능하다.

이런 자부담은 특정 경로당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제주시 모 경로당은 증축사업은 시설 개보수가 절실함에도 자부담할 돈이 없어 예산이 사장되면서 어르신들은 예전 그대로 불편한 채로 경로당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노인복지서비스 요구도 당연히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서귀포시에 ‘노인복지관’이 개관, 운영하고 있다. 또한 WHO(세계보건기구)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인증 신청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시설을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노인복지관이 양 행정시에 하나씩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규모가 큰 노인복지관과 같은 시설을 마을별로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에게 접근성이 가장 높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에 대한 여가 프로그램 보급, 건강검진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전보다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경로당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자부담 능력이 되는 마을이나 아파트는 경로당을 확충하고, 자부담 능력이 안되는 곳은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서 더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있어야만 한다.

사회복지정책이 하루아침에 급진적으로 발전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러나 경로당 이용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로당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정비를 통해서 고령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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