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 꽃길 가꾸기 사업은 ‘사계절 꽃 피는 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꽃으로 도시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아주 바람직스러운 사업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실로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시 노형오거리~중앙병원까지 조성된 가로변 화단 위에 언제부터인가 대형 화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것이 확인됐다. 사연을 알아본 결과, 화단에 심은 꽃들이 시들고 말라죽자 다른 곳에 있던 대형 화분을 옮겨와 화단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행정에선 기발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기에도 묵직하고 둔탁한 화분이 가로수 사이의 화단에 얹혀있는 진풍경은 ‘부조화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에 말문마저 막힐 정도다.

이곳의 화단엔 불과 수개월 전 7200만원을 들여 철쭉과 잔디 등을 식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꽃이나 나무 상태가 불량했던지, 아니면 관리 소홀 탓인지 식재 후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화단을 대신한 화분의 꽃과 나무들의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화단 위에 놓여있는 화분은 130여개로 여기에도 6000여 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유지 및 관리 소홀로 인해 시민들의 피 같은 돈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도심 속 화단 가꾸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행정에 모든 책임을 미룰 수도 없다. 얼마 전 어느 농촌마을을 들렀을 때 어르신들이 화단을 손질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들은 바로는 노인 일자리 창출 일환이라고 기억한다.

제주시는 올 하반기 화단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진작에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화단을 다시 정비한다 하더라도 똑 같은 사단이 벌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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