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최우선 경제정책 ‘일자리’
하지만 중소기업은 ‘구인난’
근로시간 길고 임금 적은 게 현실

제주 ‘구조적 문제’ 감안 필요
직종 고급화·고임금 산업 창출해야
기업실무 교육·다양한 산학협력도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2+1 청년채용 지원사업 등을 통해 총 1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에서는 벌써부터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늘리기 경쟁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규제 완화와 세제 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단골메뉴’인데 이번에는 그 얘기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들이 국내 임금 비싸다고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회사내 현금을 쌓아두는 쪽을 택하기 때문에 기업지원이 예전처럼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또 투자를 하더라도 사람손이 들지 않는 설비 자동화에 집중해서 고용유발효과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대기업들도 신규 채용규모를 매년 줄이고 있어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는 것이 로또 당첨만큼은 아니지만 정말로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거기다가 안정된 자리가 보장되고 높은 연금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전국의 대학생들이 서울 고시촌으로 몰려들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에서는 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다. 중소기업 공장을 가보면 외국인과 아줌마,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일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탓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현실이 그렇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가면 근로시간은 길고 임금은 작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65%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 20년전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80% 수준은 되었는데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제주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서울 중소기업과 비교할 때 제주 중소기업의 임금은 75%에 불과하다. 산업별로 볼 때도 임금이 낮은 건설, 도소매, 숙박·음식업이 주된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대부분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니 제주 청년들은 ‘탈(脫)제주’를 외치면서 서울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취업할 때만 임금이 낮은 것이 아니라 오래 다닐수록 서울과 격차가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평균적으로 제주에서 10년차 부장의 월급은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제주의 일자리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신기술교육을 평생 지속토록 해서 인력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노동수요 자체를 상향 이동시키고 직종을 고급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업종의 경우는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건설업의 경우보다 월급이 2배 이상이다.

또 금융보험업과 같이 고임금 산업을 도내에서 창출해야 한다. 각종 펀드회사들을 제주에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제주에는 신공항·신항만·전기자동차·풍력발전·쓰레기처리장 등 고부가가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많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투자금융 분야 일자리 개척 가능성이 높다.

여행업·건설업·숙박업·운송업 등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업종은 M&A를 장려해서 대형화시키거나 공유경제 네트워크로 묶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형시켜야 한다.

제주는 일찍부터 국제자유도시 또는 특별자치도로서 행정조직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공공분야의 영향력이 크고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다. 행정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단 청년들에게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지방공사 등에서 사업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도록 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 연구소를 많이 설립, 자체적으로 고급 일자리를 공급함과 아울러 지역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개발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대학과 특성화고교의 취업교육을 자격증보다 기업의 실무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하고 기업과 대학간의 산학협력도 보다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당국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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