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최근 물류업체 대표 A씨(45)와 화물차 기사 등 50여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여객선에 화물을 적재하는 과정에서 계량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중량을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그 교훈을 잊은 채 허술한 적재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안전 불감증’에 젖어있는 물류업체 대표나 화물차 기사들도 문제지만 제도적인 장치 역시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관계당국은 세월호 사고 이후 화물 또는 화물차량은 계량증명소의 중량 계측기에서 무게를 측정한 뒤 발급 받은 계량증명서를 제출해야만 선박에 승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계량일자 및 총중량을 위조하고 과거 발급받은 계량증명서를 다시 제출해도 무사통과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적발된 사건 또한 제보나 첩보가 없었다면 그대로 지나칠 뻔 했다. 그나마 계량증명소에서 계근을 끝낸 화물차들이 부두로 들어가기 전 화물을 추가로 적재했다는 첩보가 해경에 입수됐기에 여객선 과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항 부두의 경우 화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계근 장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도내엔 공인계량업소가 24곳이나 있지만 모두 항만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관리 및 단속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정작 제주항 부두에서는 추가적인 무게 확인절차 없이 계량서만 제출하면 무사통과되는 게 현실이다.

화물 과적에 의한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제주항에 반드시 ‘계근 장비’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야 어떻든 수백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비극을 겪고도 필수적인 장비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야만 정신을 차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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