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환경 외면, 시민안전 ‘경고등’ <하>

▲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중앙 버스전용차로 운행을 위한 교통섬이 들어서는 구간은 보도가 기존보다 3~4m 가량 줄어들게 된다. 사진은 보도 폭을 줄이는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시청 일대. <사진=오수진 기자>

버스전용차로 교통섬 구간 보도 3m 줄어
道 “통행에 충분하다 판단…불가피 선택”
가로수 식재 고려중 보행여건 더욱 악화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은 보행자(사람) 중심이다.”

제주도의 논리는 개인이 운행하고 다니는 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이동 환경이 변화되면, 보행자 중심의 체계가 갖춰질 것이라는 게 요지다. 즉, 보행자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로를 조성하는 것이 ‘버스전용차로’의 본래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사람 중심의 버스 전용차로를 만들기 위해 되려 보행공간을 줄이는 ‘보도 다이어트’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 버스전용차로 구간 정거장은 운영 특성상 정거장이 도로 중앙에 위치해야 한다. 버스 정거장에는 승객 대기공간, 승강장, 승객대기시설(Shelter 등), 가로등, 안내판 등이 설치되고, 정거장과 관련한 버스정차대, 추월차로 등도 들어선다.

문제는 제주의 경우, 이미 시가지가 들어선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버스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해 조정할 수 있는 부지나 도로 확대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앙 버스전용차로 운행을 위한 교통섬(Traffic island, 도로 중앙에 설치한 섬 모양의 시설)이 들어서는 구간은 보도가 기존보다 3~4m 가량 줄어들게 된다. 

보도에는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유지 폭이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최소 폭 3m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설계팀에서도 제주도 보행자 기준에서는 (보도를 줄여도 통행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보도를 줄인 것에 상당히 고민을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도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중앙로 구간(광양사거리~아라초)은 오는 8월 26일이면 시원스럽게 뚫린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생긴다. 반면 유동인구가 타 지역보다 많은 시청 구간과 일부 지역의 보행공간은 최소 3m까지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도로 공사를 하며 이 구간 내 가로수를 모두 이식 한 제주도가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한 도심’이라는 비판을 받자, 교통섬과 보도 여건(3m)에 맞는 가로수를 다시 심는 계획도 고려하고 있어 좁아지는 보도로 인한 보행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생 김지현(22·여)씨는 “시청 부근에서는 집회나 시위, 문화행사도 많이 열리는데, 이제 도로 침범과 교통통제는 당연한 일이 될 것 같다”면서 “인도에 넘쳐날 상가 광고물까지 생각한다면 혼잡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일정시간 보행자 집중 현상이 발생하는 중앙버스정거장의 문제점에 따라 정거장의 길이가 길게 설치 된다 하더라도 승객들이 대부분 앞쪽 부분에만 집중,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제주는 인도까지 좁아지며 대기승객과 버스에서 하차해 횡단보도로 이동하는 승객,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승객 간 상충으로 인한 안전위협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람 위주로 만드는 것이 본래 취지”라면서도 “인도 폭을 줄이는 것은 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는 취지(사람 중심)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최소로 인도 폭을 조정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취지에 맞지 않는 개편을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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