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천주교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에 문창우 비오 신부(54)를 임명했다. 제주 출신 사제가 주교(主敎)에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주교 임명자는 교구장 승계권을 지닌 부교구장에 임명됨으로써 교구장좌가 공석이 되면 자동으로 교구장에 오르게 된다.

신임 문창우 주교 임명자는 1963년 제주시에서 태어나 오현고(29회)와 제주대 화학과를 졸업(1988년)했다. 대학 시절엔 가톨릭학생회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1987년 민주항쟁 때는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두농성 현장에서 학생 곁을 지켜주던 신부들을 보면서 성소(聖召)를 받아 사제의 길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포콜라레 영성학교를 다니기도 했던 문 주교는 1990년 광주가톨릭대에 뒤늦게 입학해 96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제주 서문본당과 중앙본당 보좌를 거쳐 98년~99년 중문본당 주임을 역임했다.

이어 2000년부터 제주교구 교육국장, 2006년~2016년 광주가톨릭대에서 교수와 영성지도를 맡아오다 지난해 3월부터 신성여중 교장을 지냈다. 2007년 제주대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 서강대에서 종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문 주교 임명자는 ‘제주 4·3’을 신학적으로 처음 조명했다. 또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등 제반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제주도에 가톨릭교회 공동체가 형성되고 공식적으로 복음 선포와 전례행위가 시작된 것은 1899년이었다. 무려 118년 만에 제주 출신 사제가 첫 주교로 임명된 것에 지역 가톨릭계는 매우 고무된 상태다. 문창우 부교구장 주교가 앞으로 어떤 사목활동을 펼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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