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 이야기
(37)오갈피나무

▲ 지리산오갈피 꽃. 지리산오갈피는 7월 ∼8월에 개화하고 가을에 검은색으로 익게 된다.

다섯장으로 구성된 잎에서부터 땅속 뿌리의 껍질까지 모두 약재나 식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열매는 오가자(五加子)라고 하여 약재로 활용되어서 버릴 것이 없다는 오갈피나무는 눈으로 본적은 없을지라도 이름만큼은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종류들이 자생하거나 재배되고 있으며, 제주지역는 섬오갈피나무와 지리산오갈피가 각자의 영역을 가지며 자라고 있다.

식물분류학적으로 오갈피나무는 두릅나무과(科) 오갈피나무속에 속한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오갈피나무 종류로 오갈피나무, 털오갈피나무, 가시오갈피, 지리산오갈피, 섬오갈피나무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이 중 가시오갈피나무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식물(2급)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제주지역에 자라는 종류로는 섬오갈피나무와 한국특산인 지리산오갈피가 있다. 오갈피나무는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고, 털오갈피나무와 지리산오갈피는 중·북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섬오갈피나무는 제주특산식물로 많이 알려져 왔지만 중국 남부지역(운남 등)에 분포가 확인되고 있어 현재는 특산식물에서 제외하고 있다.

▲ 지리산오갈피

제주지역에 분포하는 섬오갈피나무와 지리산오갈피는 각각 자생하는 지역이 서로 달라 생태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섬오갈피나무의 경우는 주로 저지대의 숲 주변이나 곶자왈주변, 도서지역에 등에 자라는 반면, 지리산오갈피는 고산지역 습지주변이나 오름 등에 주로 분포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의 분포를 살펴봐도 지리산오갈피는 강원도나 경기도 이상의 지역이나 비교적 백두대간지역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제주지역 분포특성이 좀 이해가 될 수 있다.

이 두 종류는 자라는 모습에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오갈피나무들은 자라는 모습이 사선으로 곧게 자라는데, 섬오갈피나무의 수형은 마치 개나리처럼 끝으로 갈수록 늘어지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에 좀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섬오갈피나무는 암수가 딴그루인 반면 지리산오갈피는 암수 한그루여서 차이를 보인다. 5개의 작은 잎들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어 섬오갈피나무는 지리산오갈피에 비해 잎이 작은 편이다.

▲ 지리산오갈피 열매

일부 종을 제외하면, 오갈피나무 종류들은 대체로 양수인 경우가 많아 숲가장자리나 전석지 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섬오갈피나무는 곶자왈 주변에서도 자주 관찰되는데, 그 개체수는 적은 편이다. 특이한 자생지 중 하나로 바위모시(비양나무) 자생지이기도 한 비양도가 있다. 비양도의 오름 정상 근처에 소규모 군락이 등산로를 따라 분포하고 있으며, 비양도 식물상에 나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근래에는 여기저기 재배가 많았던 터라 농가근처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갈피나무의 잎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잎은 작은잎(소엽)으로 이 5장의 작은 잎이 모여 한 장의 잎이 되는 것이다. 오갈피나무종류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가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가시오갈피나무의 경우 바늘같은 잎이 어린가지 전체에 펴져 있고 그 외는 밑부분이 넓은 일반적인 형태의 가시를 가지고 있거나 거의 없는 종류도 있다. 제주지역에 자라는 섬오갈피나무는 이 잎이 나오는 잎자루의 밑에는 아래로 향한 뾰족한 가시가 붙어 있어 관찰할 시에는 주의를 요한다. 이에 반해 지리산오갈피는 가시가 잎자루와 줄기에 조금씩 있어 두 종류를 구분하는 차이점이 된다. 꽃이 피는 시기는 섬오갈피나무는 6월 초순부터 7월 초까지 이어지며, 지리산오갈피는 7월 ∼8월에 개화하고 가을에 검은색으로 익게 된다.

제주도내 지리산오갈피의 분포가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기억하고 있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습지 주변에서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에 그 주변의 오름 정상부근이나 사면에도 분포가 조금씩 확인되었지만, 추가적으로 다른 지역에서의 확인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지리산오갈피는 원래 한반도 북부나 일본 북해도 등에 분포하는 털오갈피나무의 변종으로 발표된 종류이다(참고로 지리산오갈피는 한국특산식물로 학명에는 지리산이 원산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잎 뒷면의 주맥과 측맥에 긴 직모와 곡모가 혼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구분하고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털오갈피나무의 개체변이로 보기도 한다. 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리산오갈피는 북방계식물로 제주지역 식물의 유래 연구에 매우 소중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을 듯하다.

오갈피나무들은 잎, 수피, 근피, 열매 등 대부분의 부위들이 약용이나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가시오갈피나무는 시베리아의 인삼으로 불릴 정도로 오갈피나무 중에는 가장 약용성분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외의 연구도 다른 종류들보다 매우 활발한 편이다. 번식방법은 종류별로 줄기를 이용한 삽목이나 종자를 이용한 파종 등으로 증식을 하는데, 특히 파종방법은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저온 습윤저장방법과 화학적인 처리를 거친 후 좀 더 빠르고 다양한 묘목을 얻을 수 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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