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 첫 정상회담 성료
굳건한 韓美동맹 재확인 불구
FTA 등 ‘값비싼 청구서’ 부담

中과의 ‘사드갈등 해소’ 숙제 남아
춘추전국 大國 사이 낀 정나라
노련한 실리 외교로 난관 돌파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간의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同盟)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간 신뢰와 유대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상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을 재확인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미국 주도의 강한 압박뿐 아니라, 한국 주도의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에 트럼프가 지지와 동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귀국 보고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非核化)’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자고 합의했다”며 “또한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은 향후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합의 외의 얘기”라며 FTA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미국의 파상 공세는 벌써 시작됐다.

특히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시저(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식화 했고, 다음 달부터 실효적인 재협상에 착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뜬금없이 주한미군 주둔금 인상 문제까지 꺼내들었다. 야권 일각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에게 넘기는 대신 무역불균형 해소를 빌미로 ‘값비싼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평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한 고비를 넘기니 이번엔 중국이란 큰 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현재 중국과의 최대 현안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중국의 반발로 ‘사드 보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사드 배치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은 단적인 예다. 더욱이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미·일 3국 협력’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심사가 뒤틀렸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가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춘추전국시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정(鄭)나라를 강소국(强小國)으로 만든 명재상 ‘자산(子産)’의 리더십과 처세는 눈여겨 볼만 하다. 성은 공손(公孫), 이름은 교(僑)인 자산은 정나라 목공의 후예로 동 시대를 살았던 공자가 존경하고 한비자가 흠모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나라의 처지는 아주 고달픈 신세였다. 북쪽에 있는 진(晉)나라는 가장 강력한 국가로, 무려 200년 동안 북방의 패자(覇者)로 군림했다. 남쪽에 있던 초(楚)나라 또한 떠오르는 신흥 강국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었다. 특히 초나라는 ‘강함’을 인정받고 싶었으나 중원의 제후국들은 ‘남쪽의 오랑캐(南蠻)’라고 부르며 업신여겼다.

자산은 먼저 진과 초나라의 현실, 그리고 각국이 원하는 것을 냉철히 분석했다. 진나라는 겉으로는 중원의 패자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리, 즉 작은 이익에 연연했다. 이에 반해 초나라는 자신들도 중원의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자산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초나라에게는 ‘진나라와 함께 강대국’임을 인정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호감을 얻었다. 진나라에 대해선 ‘당신이 이곳의 대장’이라고 말하면서도 ‘초나라가 우리의 친구’란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두 강대국의 세력 균형을 이용한 외교 전략을 바탕으로 스스로는 국력 배양에 총매진했다. 그 결과 정나라는 중원의 ‘작지만 강한 나라’, 이른바 강소국으로 거듭나며 험한 세파를 이겨 나갔다.

지금 우리나라의 형세도 춘추전국시대 정나라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지혜와 해법으로 현재의 난관을 돌파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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