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근혜 전 대통령
외교성과 불구 內治 실패
‘하야·탄핵’ 비운의 주인공으로

G20 마치고 귀국한 文 대통령
더 꼬인 政局 추경 등 난제 직면
대승적 차원 ‘통 큰 결단’ 내려야

 

“외교는 귀신인데, 정치(내치)는 등신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겨냥해 당시 야당이 비아냥대던 말이다. 건국 초기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력은 탁월했다.

그에겐 시대를 뚫어보는 통찰력과 배짱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소(美蘇)의 신탁통치를 배척하고 한반도의 공산화도 막아냈다. 독도를 우리 땅으로 묶은 ‘이승만 라인’, 자유대한민국의 튼튼한 버팀목이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일궈낸 것도 바로 이승만의 배짱과 외교력이었다.

하지만 국내 정치는 그의 독단과 이기붕·최인규 등의 ‘인(人)의 장막’에 가려 빛을 잃었다. 결국 3.15 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되어 4·19혁명이 일어나면서, 우리 헌정사상 첫 하야(下野)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전형으로 꼽힌다. 취임 이후 해외순방에 나설 때마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상향곡선을 그렸다.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에 4개 외국어도 가능했다. 여성 지도자만이 연출할 수 있는 패션외교도 한 몫을 담당하며 나라 밖에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내치(內治)였다. 취임 초 ‘인사 난맥’으로 휘청이더니 야당 및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 집권 내내 발목을 잡았다. 어느덧 ‘독선과 불통(不通)’은 박 대통령의 대명사가 되었고, 급기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민심이 이반되어 끝내 탄핵을 당하는 ‘비운의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취임 후 숨 가쁘게 진행된 문 대통령의 외교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최대 난관이던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 ‘대북 주도권’을 확보했다. 또 다자 외교 데뷔전이었던 G20 정상회의에서도 10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탄핵정국 이후 불거진 외교공백을 2개월여 만에 채운 것이다. 세계 각국에 문재인 새 정부의 경제기조를 적극 알린 것도 주요한 성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도 논평을 통해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한데 크게 주목한다”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현 정부의 안보 경시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반면에 국민의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운전석’을 확보한 문재인 정권의 성과에 북한은 ICBM 발사로 응수했고 우리는 운전석에서 시동도 못 걸고 앉아있다”며 “특히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 주변 4강 외교는 현안에 대한 어떤 접점도 찾지 못한 ‘포토제닉’용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10일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2개월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문 대통령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뒤로 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지금 국내 정치상황은 여야의 첨예한 갈등으로 국회가 개점휴업(開店休業) 상태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제1 공약인 일자리와 밀접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막힌 정국이 더 꼬인 것은 집권여당 대표의 ‘강성 발언’ 탓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문준용씨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를 정조준, “머리 자르기” “미필적 고의” 등의 말을 쏟아내며 국민의당을 몰아붙였다. 이는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린’ 격으로, 벼랑 끝에 몰린 국민의당으로 하여금 협치(協治)를 포기케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야3당은 송영무 국방 및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7월 임시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추 대표의 발언은 ‘야권 동맹’을 가일층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대치 정국을 푸는 열쇠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취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의 국민 지지도만 믿고 장관 임명 등을 강행하고 나선다면 파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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