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 식물이야기 (38)사람주나무

▲ 사람주나무는 제주지역에서 비교적 손쉽게 볼 수 있는 종이다. 최근에 산책로가 많이 개설된 곶자왈지역에도 관찰이 되며, 한라산을 오르는 낙엽활엽수림지역이나 2차림에 많이 분포돼 있다. 씨에는 가름성분이 많아 식용하거나 화장품 재료 등에 활용되고, 단풍시기가 다른 나무들보다 빨라 유독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식물이름을 보면 간혹 동백나무와는 생긴 모습이 전혀 다르지만 쪽동백나무, 백동백나무(감태나무), 쇠동백나무처럼 “동백나무”의 한 종류로 오해를 하게하는 식물들이 종종 있다. 그 이유는 기름을 짜거나 수피가 비슷하거나 겨울동안 잎을 달고 있거나 꽃이 통째로 떨어지거나 등 여러 가지를 나름대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어쩌면 키가 작고 낙엽이 지는 나무이면서도 열매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고 매끈한 수피의 모양 등이 비슷해 쇠동백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주나무라는 나무가 있다.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사람주나무는 대극과(科)의 소교목정도의 크기로 자라는 나무이다. 대체로 대극과의 식물들은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들과 더불어 독성을 가지는 종류들이 많은 특징이 있다. 대극과에 속하는 식물 중 제주도에 자라는 개감수, 굴거리나무, 흰대극, 산쪽풀 등을 비롯하여 10여종류 이상이 독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주나무는 유독식물로 따로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

사람주나무(Sapium japonicum)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중부지방까지 넓게 분포하는 나무로 국외로는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 한다. 이 속(屬에) 자생하는 식물로는 사람주나무 1종이 있으며, 식재종으로 1930년대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조구나무(오구나무)가 있다. 속명 (屬名)인 Sapium 은 고대 라틴어로 “끈끈하다”라는의미로 이 속의 식물 중에 새를 잡는 끈끈이를 채취한데서 유래한다.

제주지역에서 사람주나무는 비교적 흔한 편이다. 최근에 산책로가 많이 개설된 곶자왈지역에도 관찰이 되며, 한라산을 오르는 낙엽활엽수림지역이나 2차림에 그 분포가 많다. 특히 숲가장자리로 많이 자라는 편으로 5.16도로나 1100도로변에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다. 소교목처럼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키가 작은 관목처럼 자라는 경우도 많다.

사람주나무는 그리 크게 자라는 경우는 없어 사람들 눈 높이에서 관찰이 용이한 나무로 개화기에는 하늘로 향하는 수꽃들이 즐비하게 달려있어 찾기 쉽고 가을에는 단풍이 일찍 물들기 시작하여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수피가 매끈하고 밝은 편이라 낙엽이 진 후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사람주나무라는 이름도 사람피부처럼 매끈하다는 특징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암수한그루인 사람주나무는 단성화로 암꽃가 수꽃이 각각 따로 핀다. 보통 6월이 개화시기인데 하나의 꽃줄기에 꼬리모양으로 긴 부분에 수꽃이 피고 그 아래쪽에 암꽃이 피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시기에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향해 긴 꼬리모양의 꽃대가 돌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수꽃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고 그 아래쪽으로 눈으로 돌려보면 별도의 꽃자루를 가진 암꽃들이 특이하게 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경에 익는 열매는 둥글며, 단단하고 3개의 골이 져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3개의 암갈색의 씨가 들어 있는데 기름성분이 많아 식용하거나 밀납, 칠재료 및 화장품재료 등에 활용되고 있다.

사람주나무는 잎이나 가지를 자르면 흰즙이 나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은 유사한 다른 식물과 구분하는 특징이 되기도 하지만, 이 흰즙은 상처난 수피에서도 나오며 여기에는 어독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다는 보고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어린잎을 삶아서 식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람주나무의 매력은 가을 단풍일 것이다. 나무는 작지만 수형이 옆으로 퍼져 있는 경우가 많고 잎도 비교적 큰 편이라 산행 시에 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풍시기도 대체로 다른 나무들보다는 빨라 유독 눈데 띠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숲사이의 작은 하천이나 등산로를 따라 눈높이에서 단풍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사람주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는 신방나무, 귀룽목, 쇠동백나무, 아구사리 등이 있으며 제주방언으로는 쇠돔박낭 이라는 표현도 있다. 얼핏 가냘프게 자란 사람주나무의 줄기는 매끈한 동백나무의 수피와 유사하기도 하고 광택이 나는 열매는 동백나무의 열매인 동박과도 좀 비슷한 면이 있으며 열매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듯 하다. 사람주나무의 영명은 Tallow tree 이다. Tallow는 보통 옻나무 종류의 과피에서 압착이나 침출 등으로 채취한 글리세라이드인 목랍을 의미한다. 지금은 석유에서 밀랍을 얻고 있어 그 수요는 매우 적은 편이다.

폭염 후 찾아 온 장마로 하늘을 향해 가느다란 꽃대를 무수하게 쳐올린 사람주나무의 모습을 보는 행운을 놓쳤다면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가올 가을, 숲길을 따라 노랗게 물들인 사람주나무 단풍을 보는 것도 더 인상적인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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