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 찾기
농업인·행정·농협 힘모아 위기 탈출

세답족백(洗踏足白)은 남의 빨래를 해 주다보니 내 발도 희어졌다는 뜻이다. 즉 ‘남을 위해 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이로움이 됐다’는 말로 사용된다.

지금 제주농업 상황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현재 제주농업은 위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가뭄·기후 변화 등 농촌에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하나씩 발생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동시다발적이다.

특히 지난달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청정지역을 유지하던 제주에 덮치면서 가금류 사육농가 피해는 물론이고 주요 식당·시장 등 관련 업계의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고병원성 AI의 전례가 없는 발병은 ‘청정 제주’라는 이미지 실추는 물론 청정 제주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한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경찰 및 제주농협, 새농민 회원들이 불철주야 AI 종식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폭염의 날씨 속에서도 자신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더 이상의 피해 받는 농가가 생기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 18일 0시를 기점으로 발병 45일 만에 가금류이동제한을 해제되면서 사실상 제주의 AI가 종식된 것이다. 농가의 피해를 줄임은 물론 ‘청정제주’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됐다.

영농철을 맞아 일손 확보 또한 하늘의 별따기처럼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18일 전국 최초로 제주의 대학생 600여명으로 ‘대학생 농촌사랑 봉사단’을 발족시켜 농촌 현장에 일손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에도 동참, ‘1대학-1촌’ 자매결연을 맺고 마을과 교류하면서 환경보전운동 참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농협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 전국 최초 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3UP-3DOWN’ 운동을 통해 제주농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조직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3UP과 3DOWN은 6가지의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즉 제주산 농·축산물의 품질은 높이고, 부가가치의 제고와 판매경로 확를 통한 소득 증대 등 3UP과, 생산원가를 낮추고, 유통비용은 줄이며 동시에 과잉생산문제를 해소하는 3DOWN이다.

제주지역 농가소득 현황은 2013년 4164만원에서 2014년 4270만원·2015년 4381만원·2016년 4584만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제주농협은 2018년에 5039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현재도 전국 1위의 농가소득이다. 그만큼 베이스캠프가 높기 때문에 농가소득 5000만원 고지 점령에 유리하다. 하지만 농가 소득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부문이 있기에 장담은 금물이다.

개별 농가로 보면 농가소득이 이미 5000만원을 넘어선 농업인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 농가가 보기에 농가소득 5000만원 목표는 우스워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독불장군이 없는 것처럼 ‘독불 농가’도 있어선 안된다. 선진농가는 고소득 비법을 주위 농업인에게 전파하고 농가소득 증대에 함께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진농가는 모두가 전문농업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지역농업을 선도하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 줄 때 제주농업은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농가소득 평균 5000만원’을 혼자만 잘해 도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농가 모두가 이뤄낼 때 그 가치가 크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농가소득 증대와 저해요인 해소 방법 등을 이웃 농가와 공유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농업인·행정·농협이 똘똘 뭉친다면 농가소득 5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 시대도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 제주에서 최초로 달성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함께하는 ‘세답족백’을 실천하는 제주농촌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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