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국정 지지율 72%
최저임금 인상·脫원전 논란 등영향
2주 연속 하락 불구 아직 고공행진

불붙은 ‘증세 논쟁’ 새 화약고
본질 외면 프레임 경쟁만 난무
여론정치, 자칫 부메랑 될 수도…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72.4%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다 하나 역대 최고치에 가깝다. 이번 조사는 CBS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성인 남녀 254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1.9%p다.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는 주초에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및 탈(脫)원전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취임 후 70%대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는 전임 박근혜 정부와 확연히 구별되는, 국민과의 소통(疏通) 및 공감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와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기저엔 그 무엇보다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른바 ‘여론정치’다.

문 대통령은 이를 직접 실행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천명했던 ‘5대 비리인사 배제원칙’도 파기했다. 야 3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강경화 외무장관과 김상곤 교육부총리, 송영무 국방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단적인 예다. 백번 양보해 강경화 장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김상곤·송영무는 어떤 국민여론을 적용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왕(王)행정관’이라 불리는 탁현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서도 높은 지지율을 앞세운 정면 돌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부작용 또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최대 폭으로 인상(16.4%)한 것,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운명을 시민배심원단에 맡겨 ‘탈원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대표적이다.

우선 당초 최저임금 인상에 우호적이던 여론이 벌써 달라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최저임금 연관 부정적 감성어 비율이 71%로 긍정적 감성어(29%)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 절반 이상이 ‘일자리 축소’를 최대 걱정거리로 꼽았다.

‘탈원전 논란’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석탄화력발전소도 신규 건설을 중단하는 등 ‘탈핵·탈석탄 시대’를 선언했다. 나름대로 명분(名分)이 있기에 공감하는 국민도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다. 전공교수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원자력 등 에너지 문제는 어느 쪽이든 양면이 있다. 현재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합치면 전력 공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새로운 대안(代案)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이 탈핵 선언부터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와 다를 바 없다고 강력 비판한다. 때문에 원자력을 국가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지 중단해야 할지는 소수의 시민배심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동의를 구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탈리아나 스위스처럼 ‘국민투표’ 제안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문재인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논란은 급기야 ‘증세(增稅)’ 문제로 옮겨 붙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 발표 시 더 이상의 증세는 없다던 호언장담은, 그 다음날 여권 발 ‘초(超)대기업 및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로 포장되어 기정사실화됐다. 정부와 여당이 ‘짜고 친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야당 측에서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증세가 꼭 필요하다면 국민 합의를 구하는 등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이는 간 곳이 없고 여론을 의식한 ‘네이밍 싸움’ 즉 프레임 경쟁만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여권의 ‘핀셋 혹은 슈퍼리치 증세’이며, 야권에선 ‘세금폭탄’과 ‘징벌적 증세’ 등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모두가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기만전술이 아닐 수 없다.

수시로 변하는 게 민심(民心)이다. 국민 여론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일견 타당한 면도 있으나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의 민심만 의식한 ‘여론정치’는 언제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임기 초반 지지율이 83%까지 올랐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막판 6%대로 떨어지는 수모를 감수하며 권좌(權座)에서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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