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서울 주재 운전원
50일 근무 연봉 6645만원
일당으로 치면 하루 132만원꼴

道감사위 감사결과 큰 파문
‘꼼수 승진·솜방망이 징계’도
도민들 “이게 정의로운 사회냐”

 

 

지난주 제주지역 최대 화제는 단연 ‘황제 꽃보직-신(神)의 직장’ 논란이었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도교육청을 상대로 2017년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는 ‘경악과 허탈’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권은 역시 서울 주재 운전원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였다. 이 운전원은 연간 50일 안팎만 일하고 연봉 6645만원(2016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하루 일당으로 나누면 무려 132만9000원에 달하고,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 16만6000원이 넘는다.

그동안 재벌그룹 회장들의 ‘황제(皇帝) 노역’은 들어봤으나 이런 ‘황제 꽃보직’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제주공직사회에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보인 편법운영 행태는 지나가던 소도 웃을 정도로 더욱 기가 막히다.

제주도교육청은 A씨를 운전9급으로 채용해 지난 1993년 12월 8일부터 서울연락사무소 및 서울 주재 사무실로 3년간 파견근무를 명령했다. 이후 1996년 12월 9일자로 파견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무 연장 등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사에서 적발된 지난 5월 2일까지 20여 년간 그대로 근무했고, 내년엔 정년퇴직해서 공무원연금까지 받게 된다. 이 같은 행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 따로 없었다.

감사 결과 A씨는 자택에서 온라인 복무시스템을 이용해 출장신청 및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업무 수행을 위한 관내외 출장은 겨우 50일에 불과했다. 연간 평균 근무일수 299일 중 나머지 249일은 어떻게 근무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에겐 다른 공무원과 똑같은 급여가 지급됐다. 성과상여금도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운전6급까지 승진한 A씨의 지난해 연봉(年俸)은 무려 6645만2000원이었다. 그야말로 도교육청 서울주재 운전원은 ‘황제 꽃보직이자 신의 직장’이었던 셈이다.

지난 20여 년간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도교육청 차원의 확인조사나 어떤 제재도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감사위의 조치 또한 솜방망이에 그쳤다. A씨의 근무 태도는 다른 직원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을 정도이므로 근무체계를 개선하라는 주문과 함께 복무관리 책임부서인 총무과에 대한 ‘엄중 경고’ 요구가 고작이었다. 우리 속담에 ‘가재는 게편’이라고 하나 이렇게 끝날 수는 없는 일이다.

제주도교육청은 틈만 나면 ‘청렴도 전국 1위 기관’임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도감사위의 종합감사 결과는 그간의 주장이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불과함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꼼수 승진인사’와 현직 교육감 아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바로 단적인 예다.

도교육청은 올해 1월 지방직 5급 이상 79명, 6급 이하 7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문제가 된 것은 4급 서기관 인사였다. 관련 인사규정에 따르면 직무대리자를 지정할 때에는 승진후보자명부상 승진임용 범위에 해당하는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지방시설사무관인 B씨가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하지 못해 승진후보자명부에 등재되지 못하자 4급 승진인사를 보류시키고, 올해 1월1일 B씨를 교육시설과장 직무대리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월3일 승진소요 최저연수 4년이 경과하자 승진후보자명부에 올린 후 10일 교육시설과장으로 전격 임용했다. 전형적인 ‘꼼수’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이석문 교육감 아들에 대한 석연찮은 징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원징계위는 이모 교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하면서 감경(減輕)사유가 될 수 있는 상훈공적이 없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생긴 과실이 아닌데도 법령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이유로 ‘불문경고’로 의결했다. 도교육청이 이를 그대로 수용했음은 물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나라, 모든 특권·반칙·불공정을 없애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감사위의 도교육청 감사 결과에는 문 대통령이 반드시 없애겠다고 한 특권과 반칙과 불공정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상실감과 허탈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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