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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거짓 바이러스와 ‘진실 기억’
데스크 승인 2017년 08월 09일 (수) 안혜경 | 아트스페이스 C 대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 C 대표

 

택시운전사 등 영화 3편 감상
생존 위협하는 극심한 폭력 현장
‘공관병 노예’ 대장과 지휘관의 자격

박근혜 탄핵 불구 배태 세력 여전
야만 야기한 이들 고개 뻣뻣이
우리 국민 들 늘 깨어있어야 한다

 

폭염도 긴장시킬 영화 3편을 연달아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필사의 생존을 담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쟁영화 ‘덩케르크’, 발레 무용수가 되고자 했으나 시위현장의 춤꾼이 된 이삼헌의 삶을 담은 최상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람의 춤꾼’, 서울 택시기사가 5·18 진압 현장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되는 모습을 그린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상황은 다르지만 3편의 영화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극심한 폭력의 현장을 경험했다.

적에게 함락된 덩케르크에서 필사적으로 후퇴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초원을 찾아 떼로 이동하는 초식 동물들의 대이동처럼 맹목적이었다. 곧 아가리를 벌릴 악어 떼가 득실대는 강물이어도 뛰어들어야만 건널 수 있고, 길목을 지키는 표범과 사자의 공격에서 몇몇이 희생되더라도 무조건 지나야 하는 대이동의 현장! 적기에서 쏟아지는 포탄과 어뢰를 피해 생존하려면 수평선 너머 가시거리에 있는 영국 해안에 어서 닿아야 한다.

이들을 실어갈 군함은 턱없이 부족하다. 승선에서 밀리면 생존의 가능성에서 멀어질 것 같지만, 적기의 포탄은 어디든 무차별하게 공격하며 생명을 앗아간다. 프랑스와 영국의 군인들은 독일을 공적으로 하는 아군이지만 그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는 국적이 생사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 퇴각하는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민간인 어선과 세일 보트가 징집되고, 이들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용감히 나간다. 어선의 해양구조 역사가 다채로울 듯하다.

사령관은 마지막 남은 장교까지 승선시켜 퇴각시키는 작전 지휘가 끝나자 전투중인 프랑스군을 돕겠다며 적진에 남는다. 절체절명의 공포 속에서도 지위에 걸 맞는 빛나는 책임감이 있었다. 전쟁에서 병사를 보호하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휘관의 자격임을 실감한다.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리고 심지어 자살 시도로 몰아갔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 육군 모 대장과 그 가족의 ‘갑질’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사우디에서 번 돈에서 개인택시 살 돈 만은 남기려다보니 아내의 병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한을 갖고 있는 만섭은 단 돈 몇 천원에도 벌벌 떨며 억척스레 돈을 번다. 택시비 10만원에 솔깃하여 5·18 광주민주항쟁 현장을 취재 나온 독일 기자를 예약된 기사에게서 잽싸게 가로채어 광주로 간다.

주인집 동갑내기 아들에게 구박받는, 홀로 키우는 딸 생각에 밀린 월세 10만원을 갚을 수만 있다면 체면도 사치다. 멋모르고 간 광주에선 군인들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민들이 다치고 죽어갔지만 기가 막히게도 뉴스에선 ‘빨갱이 폭동’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었다.

약삭빠른 생존형 짠돌이에다 홀로 있을 딸이 걱정되지만 그는 외부에 진실을 제대로 알리려는 독일기자를 서울까지 데려가는 목숨 건 모험을 감행한다. 광주 택시 기사들은 차를 몰고 달려가 ‘진짜뉴스’를 막으려 쫓아오는 군용 지프차들을 죽음을 불사하고 막아낸다.

이삼헌은 전경이 되어 데모를 진압하던 어느 날 갑자기 고등학생 때 겪은 광주학살의 피비린내 나던 기억이 그의 숨을 조이며 기절하게 되었고 그 후 폐쇄공포증을 얻었다. 그는 중학생 때 TV에서 우연히 본 발레에 매료되어 전공했지만, 지금껏 항쟁의 시위 현장에서 폭압을 기억하고 이겨내는 힘을 더하는 거리의 춤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상의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치열한 행위들 속에는 의로움과 비겁함, 의연함과 나약함이 순간순간 바르르 떨리 듯 교차하고 있었다.

사욕을 위해 정부시스템을 교란해서 역사 왜곡은 물론이고 국가예산 전용에다 기업에선 ‘삥’을 뜯은 박근혜를 촛불혁명으로 탄핵시켰지만 그들을 배태한 세력들은 여전히 틈을 노리고 있다. 최근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이 내려졌지만, 38년 전 광주 학살의 책임과 현장의 진실을 지우려는 전두환 회고록이 출판되기도 했다.

눈 뜨고 코 베일 판이다. 야만을 야기한 이들이 고개 뻣뻣이 들고 거짓 바이러스를 유포하며 살아가지 못하도록 늘 깨어있을 일이다. 내년은 4.3 70주년이다. 진실 기억이 거짓 바이러스 유포를 막는 백신이다.

[제주매일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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