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신관홍 의장이 지난 10일 “참담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제주도가 도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제주특별법의 체제 내에서 도내 29개 선거구를 재획정 해주도록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다.

신 의장은 도의원 선거구 재조정 문제는 도민이 공감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논란의 책임을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제주도에 돌렸다. ‘3자 회동’에서 합의한 만큼 도의회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설픈 해명으로 일관했다. “3자가 합의했다고 하지만 당초 도와 국회의원들이 먼저 협의했다. 이후 의회에 찾아와 여론조사 결과대로 입법 발의를 하겠다고 해서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명이 먹힐지도 의문이지만, 이른바 ‘3자 회동’ 당사자들은 그 누구 하나 책임지기는커녕 상대방에게 떠넘기는데 여념이 없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도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의 권고안마저 일방 폐기하고 도민여론조사를 강행했다.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제주 국회의원들(더불어민주당)이 책임을 지고 특별법 개정을 관철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결과는 ‘비례대표 축소’로 나타났고, 오영훈 국회의원이 총대를 메는 듯 했다. 그러나 철석같은 약속은 불과 20여 일만에 뒤집혔다. 오 의원이 이달 7일 느닷없이 “당의 정치적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별법 개정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전격 밝힌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오 의원은 ‘지방선거 문제는 도지사 책임’이라며 공을 제주도에 떠넘겼다. 도 역시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자치행정국장을 내세워 이 문제를 다시 도선거구획정위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모두 ‘폭탄 돌리기’에 나선 것으로, 무책임과 몰염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자신들의 ‘권고안’이 폐기되는 수모까지 당한 도선거구획정위가 또다시 ‘도의원 선거구 전면 재조정’이란 난제를 짊어지고 나설지는 의문이다. 현 상황에서 선거구 통·폐합을 밀어붙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관홍 도의장은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책임 회피성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정작 참담한 건, 그 잘난 정치권이 아니라 바로 도민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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