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를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이 제자리다. 지난 7일 오영훈 국회의원이 비례대표 축소를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 입법 중단을 선언한 이후 ‘동작 그만’ 상태다.

제주도는 즉각 “현행 법 안에서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발표했지만 그걸로 끝이다. 아직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에 공식 요청이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12일 이른바 ‘3자 회동’을 통해 ‘비례대표 축소’라는 대안을 도출했던 지사·도의장·지역 국회의원들이 그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선거구획정위의 ‘의원 정수 2명 증원’ 권고안 대신 ‘비례대표 축소’를 대안으로 합의, 의원입법을 추진했었다. 비례대표 축소는 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도민 여론에 따른 것인데 돌연 국회의원들이 특별법 개정 포기를 선언했고, 이후 ‘3자’ 모두 손을 놓은 형국이다.

도민들에게 ‘최선책’이라고 공언했던 특별법 개정 작업을 중단했으면 ‘차선책’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할 것이다. 선거구획정위 위원장을 찾아가서라도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한 수습을 부탁해야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항복 선언을 끝으로, 지사는 획정위 논의 필요성 언급으로, 도의장은 상황이 참담하다는 말만 할뿐 ‘행동’이 없다.

선거구획정위가 불쾌하고 불편할 만 하다. 그래도 강 위원장이 획정위 역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제6·9선거구는 반드시 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개월 밖에 남기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원만히 치르기 위해선 “선거구획정위의 결과를 무조건 수용한다”는 ‘3자’의 확약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거라면 선거구획정위가 ‘다시’ 일을 할 필요가 없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일만 저질러 놓고 ‘나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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