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출신 문창우 비오 주교
제주공동체 현안에 ‘하느님 뜻’ 맞는 일 할 것
신자에겐 자비와 착한 마음, 겸손과 섬김으로

▲ 서품식에 참석한 도내 주요기관장들의 모습이 보인다. 제주도 제공
▲ 인터뷰하는 문창우 주교. 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서품을 받은 문창우 비오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이 겸손하고 섬기며 소통하는 사제(司祭)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제주 공동체의 현안에 대해서는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의 입장과 같이 ‘하느님의 뜻과 가장 맞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입장을 취했다.
 
문창우 비오 주교는 16일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신성여중 교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주교로서의 각오와 제주 가톨릭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출신 문창우 신부의 주교 임명으로, 제주교구는 처음 교구 출신 주교를 맞게 됐다.

문창우 주교는 주교의 역할에 대해 “예전에는 신앙을 수호하고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서 보듯 자비와 착한 마음, 겸손과 섬김으로 신자를 잘 돌보는 역할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유럽에서 공부를 오래하거나 아주 어릴 때부터 신실하지 않았던(고교때 세례) 나를 교황이 주교로 임명한 것에서도 지역 안에서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릴 ‘목자’로서의 주교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사목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들을 설득하기보다 마음속으로 단죄 해온 경우가 많았다”며 “주교의 임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용서를 청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강정 해군기지 등 공동체 현안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면서 지속적인 대응 방식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문 주교는 “강우일 주교가 복음에 나온 대로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화와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문 주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시작된 이후 외교적 문제는 동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며 “그러면 우리는 앞서 동서냉전 시대를 겪었던 유럽에서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추상적인 논리만을 내세우거나 운동권 적인 방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운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제주4·3과 관련해서는 “발발 70년이 지나고 특별법도 제정됐지만 여전히 4·3은 사회학자 등 일부의 글에서만 볼 수 있다”며 “진정 4·3이 치유되려면 4·3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창우 비오 주교는 1963년 생으로 본적은 건입동이다. 제주동초와 제주제일중, 오현고, 제주대를 졸업하고,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 석사, 제주대학교 사회학 석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6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중문본당 주임신부(1998~1999), 제주교구 교육국장(2000~2006) 등을 거쳐 지난 6월 28일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현재 신성여중 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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