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시대로
<1> 국내 업사이클링의 허브 ‘서울새활용플라자’

버려진 땅에 세워진 새활용 아름다운 실험실
단순 돌려쓰기 아닌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
시민교육 통한 의식주 폐기물 처리 요람될 듯

폐 우산이 손가방이 되고, 녹슨 자전거가 아름다운 조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재활용품에 디자인 등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새활용(업사이클링,Upcycling)’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리사이클링, recycling)’ 하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인데, 지난 1993년 출범한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은 가방 하나에 수십만원을 호가 하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선진 업사이클링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제주지역 업사이클링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총 6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 서울새활용플라자 전경. 박민호 기자

제주도민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1.81kg으로 전국(평균 0.97kg) 1위다. 더욱이 생활쓰레기 재활용률이 57%로 전국 평균(59%) 보다 낮은 제주에선 ‘새활용’이란 표현은 낯설기만 하다.

내달 5일 개관을 앞둔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인 이 곳은 재사용 작업장과 소재은행, 스튜디오(공방), 전시실, 판매장 및 체험교육실 등으로 구성돼 향후 국내 업사이클링의 허브로 자리 잡게 된다.

서울시는 공방에 입주한 업체에 작업공간과 다양한 디자인 사업을 지원하며, 업사이클 관련 교육·전시 프로그램 참여 지원, 판매·전시 플랫폼 제공 등도 한다. 공방에서는 폐자전거가 조명과 팔찌로, 버려진 청바지와 우산천 등이 가방으로 변신한다.

▲ 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헌 옷 분리작업을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1층은 국내외 새활용 제품을 전시하면서 ‘꿈꾸는 공장(제작 실험실)’을 조성, 방문객들에게 업사이클링의 이해를 높일 방침이다. 현관과 연결된 2층에는 상점 및 소재전시장이 들어온다.

3층은 지난 4월 모집 때 선정된 입주자들이 들어와 작업 공방으로 쓴다. 4층에 마련된 비즈니스센터는 미국, 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의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 쓰인다. 5층에서는 교육과 강의가 열리는 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각각 작업장과 소재은행과 소재라이브러리가 배치된다. 작업장은 공모를 거쳐 ‘아름다운 가게’가 선정됐다. 여기에선 기부 또는 수거된 물건들을 새로운 상품으로 재분류한다.

소재은행은 새활용에 쓰이는 소재를 조달·가공, 판매하는 곳으로 시범 운영되며, 소재라이브러리에선 새활용에 사용될 소재를 연구, 데이터 베이스화가 진행된다.

서울시는 개관과 함께 ‘새활용 축제’도 열 계획이다. 새활용 소재를 체험하고 전시하는 ‘서울새활용전’을 비롯해 마켓, 교육,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 장터도 열린다.

▲ 폐 우산에서 언은 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공방. 박민호 기자

버려진 자원 즉 쓰레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지만 담당업무는 ‘엔지니어가’ 아닌 ‘디자이너’가 맡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 서울시는 새활용플라자의 기획 및 운영을 환경부서가 아닌 시 산하 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에 맡겼다.

새활용플라자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 오폐수를 처리하는 중량물재생센터가 있는데 그동안은 혐오시설로 여겨지면서 이곳을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서울시는 혐오 시설로 여겨지던 중랑물재생센터 인근 공터에 새활용플라자를 짓고, 인근을 에코 타운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재활용’ 또는 ‘새활용’에 대한 교육·캠페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버려진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아름다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자원순환2030’을 발표했다. 현재 63%인 쓰레기 재사용률을 75%까지 끌어올려 에너지와 쓰레기 문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게 ‘자원순환 2030’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쓰레기의 상당수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서 나온다고 봤다.

▲ 버려진 자전거 부속들이 아름다운 조명으로 재탄생 됐다. 박민호 기자

실제 옷과 음식물, 전축폐기물(전시자재 등 포함)은 전체 쓰레기양의 약70%를 차지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은 생산자 책임제가 도입되면서 판매기업들이 재활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의식주 폐기물에 대한 처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새활용플라자가 개관되더라도 쓰레기 문제는 한 순간에 해결되진 않는다. 다만 시민들에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조금씩 바꿔나가게 된다. 개관 이후 이 곳에는 새활용 제품을 판매하는 주말 장터와 서산농업협동조합과 연계한 새활용 농부 5일 시장도 열리게 된다.

시민 새활용 학교도 개교를 앞두고 있다. 재단측은 월 1만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이 곳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활용플라자는 지난 2015년 착공, 지난해 말 완공됐다. 이후 4개월여 동안 시뮬레이션이 진행됐고, 최근 35개 입주기업들의 계약도 완료된 상태다. 공사에는 서울시가 399억원, 환경부가 100억원 등 모두 49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인터뷰/서울디자인재단 전략사업본부(새활용플라자 운영준비본부) 윤대영 본부장

▲ 윤대영 본부장이 새활용플자자 운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새활용플라자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윤대영 본부장은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음식쪽이 가장 중요한 업사이클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레기, 개국지 등이 ‘재활용’ 음식이라면 순대, 떡 등은 ‘새활용’ 음식”이라며 “바른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선 시민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물 쓰레기의 원천은 냉장고다. 많은 가정의 냉장고는 이미 썩은 음식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일 시장을 도입했다. 시민들에게 5일 마다 새로운 식재료를 구매·소비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 발생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제주인들은 ‘업사이클링’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만, 역사적으로 제주는 이미 ‘업사이클링’을 경험한 바 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작물을 키우기 위해 조상들은 ‘돗 통시’를 만들었고, 이 곳에서 인분과 돼지 분뇨, 지푸라기 등을 섞어 발효시킨 ‘돗 거름’을 생산, 이를 농사에 활용해 왔다.

윤 본부장 역시 제주가 ‘에코 아일랜드’가 되기 위해선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제주가 환경적으로 잘 보전되기 위해선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자원순환·업사이클링 개념을 넣고, 세계적인 청정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태평양에 위치한 ‘피지’의 경우 세계적인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쓰레기 정책에 실패, 섬 뒤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면서 “제주 역시 이런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 쓰레기 문제에 대해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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