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과 관련 특정업체에 입찰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학교의 경우 같은 공산품류임에도 불구하고 특정회사 제품만 분리 발주해서 특혜를 주고 있다고 경쟁 납품업체들이 문제를 삼은 것이다.

당시 해당 학교들은 읍면지역 배달 가능 업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달랐다. 의심 정황이 포착된 30개교 가운데 15개교가 읍면이 아닌 제주시 동지역 학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혜로 의심될 납품이 지역 여건과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전수조사 결과, 성분함량을 포괄적으로 표시한 학교는 37곳이었다. 또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상세히 표시한 학교 46곳, 모든 가공식품에 대해 상세 표시한 학교는 101개교로 나타났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상세하게 표시한 학교다. 도교육청도 일부 제품만 분리 발주한 46개교는 특정업체 제품을 구매한다는 의혹을 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주의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감사관실에서 급식과 관련한 ‘특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중복 조사의 필요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감사관실의 급식 감사는 연초에 확정된 계획으로, 이번 조사 결과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업체 제품 구매와 관련 의혹 개연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엔 그냥 덮고 가겠다는 속내를 그대로 내비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학교 식재료 관련 담당 부서장인 도교육청 체육복지과장의 무분별한 발언이다. 그는 “(영양교사들이 선호하는 것을 보면) P사 제품이 좋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함은 물론 자신의 책무와 공사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몰지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공정성’에 관한 문제다. 영양사가 선호한다고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라면, 예컨대 건축 등 다른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는 것인가.

지금과 같은 온정주의로는 급식 납품 비리 등을 근절시키지 못할 것은 뻔하다. 그것은 여타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도교육청 공무원들이 여태 ‘안일무사’란 잘못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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