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개편·오라단지 자본검증·시장직선제 “내년 선거 뒤로”
과반수 찬성 섬문화축제도…반대 여론 행복주택은 밀어붙이기

제주도가 행정체제 개편과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세계 섬 문화 축제 등 굵직한 지역 현안에 대한 이슈화를 피하기 위해 잇따라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는 가운데 유독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행복주택 사업만큼은 ‘강행’ 입장을 고수하면서 행정이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21일 “(가칭)세계 섬 문화 축제 개최와 관련 도민의견을 확대 수렴한 결과 도민 공감대 및 준비기간 부족 등으로 축제 성공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특히 내년 지방선거 논란 초래 예상 등으로 2018 지방선거 이후 개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축제 개최 연기 입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제주도의 우려와 달리 도민들은 축제 개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5월 실시된 도민·관광객 의견수렴 결과 섬문화 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4%를 차지했다. 일부 예산 낭비 문제와 개최의 당위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의 도민들이 축제 개최를 선호했음에도 관련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은 선거 이슈화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저적이다.

‘시장직선제’ 등을 담은 행정체제 개편 논의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지면서 도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국정과제 대응 및 현안 추진상황 보고회 자리에서 “정부의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로그맵에 맞춰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관련 논의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중산간 지역 난개발과 환경오염, 지역상권 붕괴, 외국 자본 먹튀 우려 등 수많은 논란이 일었던 제주오라관광단지개발사업 역시 지난 6월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의 ‘자본검증’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당시 제주도는 “법과 조례 등에는 자본검증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도민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금융, 법률, 회계,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도민사회 우려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원희룡 제주지사와 도의회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슈화를 우려한 정략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지역사회 팽팽한 찬반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 부지 행복주택 건설 사업은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이중 잣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미래세대와 노인 장애인 등 주거 소외계층을 위해 직장과 가까운 시민복지타운이 ‘행복주택’의 최적지”라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지역 시민단체 등은 “이 곳은 도심 속 마지막 대규모 공공용지로 도민 전체의 자산이다. 때문에 당초 목적(시청사 이전)으로 사용 불가능하다면 미래세대를 위해 부지사용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 정가 역시 원 도정의 행복주택 강행 의지에 대해 내년 선거에서 청년층에 선심을 사려는 ‘꼼수’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도민사회 합의가 우선 전제돼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당 제주도당도 “청년세대 등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주택매입 임대사업 정책을 적극 확대하면 된다”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제주한라대와 제주관광대, 제주국제대 총학생회 등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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