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산정 기준 ‘16시간 격일제 월 15.2일 근무’
서울·부산 등 6대도시 보다 월평균 25시간 많아
노조“미리 못들어…월 12일 근무 무산 시 파업”

원희룡 제주도정이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버스 준공영제’를 실현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버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제주도의 버스 준공영제 임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버스노동자들은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휴식 1시간을 제외한 하루 16시간을 격일제로 운전해야 한다.

이 기준안에는 산정된 1인 기준 월 근로일수가 15.2일로 명시돼 있다. 이대로 시행되면 버스 노동자는 한 달에 15.2일을 근무하면서 월 243.2시간을 운전하게 된다. 이는 타 지역인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6대 도시 버스기사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218시간)보다 25.2시간이 많다.

최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버스 교통 사고가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무로 발생한 졸음운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소식을 접한 버스노동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버스 준공영제는 제주도가 매년 800억원을 투입해 노선의 공공성과 서비스 질 향상 및 운수종사자의 처우개선 등을 목표로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실제 제주도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위해 급여수준을 초봉 3000만원대에서 4200만원대로 올렸고, 이에 지원 경쟁도 상당했었다.

하지만 임금산정 기준이 비공식적으로 드러나자 준공영제 근로자를 지원했던 A씨는 “우리가 돈에 속았다”며 “타지역보다 좋은 조건이라고만 했지 240시간 이상 운전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제주지역자동차노동조합(위원장 조경신)은 21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하루 16시간을 일할 경우 15일이 아닌 12일 근무(월 192시간)를 요구하는 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조경신 위원장은 “준공영제는 근무환경을 개선해 좋은 서비스 질과 교통사고 예방 효과, 정시 정차 등을 기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버스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를 계속한다면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고, 그럼 준공영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23일 2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며, 협상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운행거부(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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