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자주’ 자녀에게 건넸던 먹거리의 ‘배신’
미세먼지 ‘기승’ 청정제주 공기도 못믿을 판

▲ 지난 2일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대통령께 전달하는 손편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이들에게 친숙한 달걀과 햄버거 등 익숙한 대상이 공포로 변하고 있다.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정과 학교에 더욱 세심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가운데 특히 부모들은 정보가 한정된 상황에서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아이들이 거의 매일 먹는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 당초 제주산 계란은 모두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 발표로 중단됐던 학교급식 계란 사용이 재개됐다. 그러나 하루 뒤, 육지부의 ‘살충제 계란’ 수만 개가 이미 도내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식약처가 살충제 계란의 인체 유해성이 낮다는 발표를 내놨지만, 도민들은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 간식’ 햄버거도 덜 익은 패티가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피 간식이 되고 있다.

세 자녀를 둔 김미나(외도동, 43세)씨는 “뉴스를 접한 이후 종업원에게 패티를 잘 익혀달라고 말해봤지만 주방으로 전달되는 것 같지 않아 이제는 먹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재료와 조리 상태를 알 수 없는 식품들이 한둘이 아니라 무엇을 먹이지 말아야 하는 지 늘 결정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점점 나빠지는 대기 환경 속에서 그날그날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는 모두 86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교육부는 ‘나쁨’ 이상일 때부터 야외수업을 제한하도록 기준을 강화했지만 환경부가 최근 전국 유치원을 검사한 결과 실내 공기질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학교 활동의 경우 학교장이 아이들 건강관리에 관심이 저조하면 일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관리자 층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제주도교육청 기획조정회의에서 이석문 제주 교육감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교육감은 “익숙한 것들이 어느 날 위험한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며 “갈수록 삶의 문제가 세밀하고 세세한 요소에서 비롯되는 만큼 각 부서와 학교에서는 각종 생활요소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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