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병원 입원 중 패혈증 사망
의심 가는 것은 계란 흰자
의사 알부민 대신 투여했다 확인

당시 조류독감도 유행이던 상황
생명 소중함 안다면 그럴 수 없어
환자 무시 간호사도 용서 안돼

 

“언니 빨리 나와! 언니!” 새벽부터 동생이 벨을 누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물으니 중환자실에 계신 엄마가 위독하다는 것이었다. 서둘러 갔더니 시트에 피가 묻고 이런저런 상황으로 보아 밤새 얼마나 위급했는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엄마는 우리가 오는 것을 기다리시기라도 했다는 듯 확인하시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전날 저녁 면회를 갔을 때만해도 이렇게 돌아가시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동생에게 “어제 내가 병실에서 나오고 엄마 상황이 어땠는데?” 물으니 간호사가 계란만 사다주고 가라해서 사다준 것 외엔 아무 일도 없었고 엄마의 상태도 평소와 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마의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다. 계란 흰자를 코를 통해 넣어드린 후 위급 상황이 발생한 것이니 우리로서는 계란 흰자로 인한 패혈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 중환자실에서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올라가신 엄마가 그날 오후 밥 대신 계란 흰자를 호스로 공급 받은 뒤 위급해져서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갔던 일이 떠올랐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미국 의료진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중환자에게 계란 흰자를 식사 대신 공급하는 것이 옳은 처방인지?” 그리고 한국의 여러 곳에도 문의를 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중환자에게 계란 흰자를 공급하느냐”며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년 전에 조류 독감으로 여기저기 시끄러울 때였으니 일반 사람들까지 한마디씩 거들었다.

엄마 잃은 슬픔이 깊어질수록 의문도 커졌다. “어떻게 중환자에게 소독도 안 된 계란 흰자를 코로 연결된 호스로 공급할 수가 있지? 더군다나 조류 독감이 한창인 지금 껍질에 얼마나 많은 균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담당의사에게 편지를 썼다. 조류독감이 한창 퍼진 상황에서 중환자에게 계란흰자를 영양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 지, 미국 의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한국의사들은 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물었다.

약 2주 후 답장이 도착했다. 그 편지에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대한 위로와 함께 ‘알부민이 비싸서 계란 흰자를 대신 사용했고, 엄마는 어차피 돌아가실 분이었기에 계란 흰자 때문은 아니’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다. “알부민이 비싸도 돈은 보호자가 내지 의사가 내나?” 그리고 어차피 돌아가셨어야 할 정도의 위급 환자였다는 글에 밤새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과 싸웠을 엄마를 생각을 하니 미안함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다고 돌아가신 분이 다시 살아오시지는 않는다. 그래도 의사로서 사명감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있다면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때, 아무리 알부민이 계란·우유·식물 조직 등에 함유되어 있는 수용성 단백질 성분이라 해도 계란 흰자를 알부민 대용으로 쓸 수 있었을까 싶었다.

“인옥아! 나 내년에 수술하면 안 될까?” 내년에 수술했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목소리가 허공에 윙윙거렸다. 해를 넘길 수 없다고 우겨서 수술을 강요했던 나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죄책감에 가슴을 쳐야 할까.

의료사고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타곤 한다. 왼쪽 다리를 수술하고 나니 정작 수술할 다리는 오른쪽이었다고 해서 환자와 보호자가 항의를 하자 의사는 오른쪽도 어차피 수술할 다리였다고 말했다. 그 핑계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의사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그것도 핑계라고 대고들 있다.

한 번이면 끝난다던 수술이 네 번이 되고, 혈관을 찾을 수 없다는 핑계로 주사바늘을 아예 꽂아 놓아 팔 하나를 코끼리 다리처럼 붇게 만들고, 우리의 말에 고개도 끄덕이던 엄마를 의식이 없다며 용변처리를 제때 해주지 않아 아랫도리를 만신창이로 만든 간호사들. 나는 그들을 지금도 용서할 수가 없다.

살충제 계란 얘기가 방송마다 나오는 것을 보며 과연 닭에게 살충제를 뿌린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었을지도 새삼 의심스럽다. 왜? 닭 진드기가 요즘 들어 새롭게 생긴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갖고 장난치는 일이 제발 사라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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