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굵직한 각종 현안들을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을 비롯해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과 세계섬문화축제 등이 그 면면으로, 선거 때 이슈화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행복주택’ 건설 사업은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21일 (가칭) 세계섬문화축제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한다고 공식 밝혔다. 도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공감대 및 준비기간 부족 등으로 성공적인 축제 개최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2회 축제의 경우 성과에 비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기에 섬문화축제 연기는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도는 또 ‘시장직선제’ 등을 담은 행정체제 개편 논의와 오라관광단지개발사업 자본검증도 뒤로 미룰 방침이다. 반면 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 부지에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강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은 물론 주객이 전도된, 그야말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행정체제 개편 문제와 관련 도는 ‘정부의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로드맵’에 맞추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민들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시장직선제 등의 적용을 원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어떻게 될지도 모를 ‘개헌’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다.

오라관광단지에 대한 자본검증 건도 그렇다. 검증위 구성에 시간이 다소 걸릴지는 몰라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명분을 찾지 못 하겠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여부를 떠나 행정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도지사와 도의회 모두 ‘6·13 지방선거’에서의 이슈화를 우려한 정략적 계산이란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이에 반해 시청사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문제는 보다 신중을 기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이 땅은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공공용지로 도민 전체의 소중한 자산이다. 당초 목적인 시청사 이전이 불가하다면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부지사용을 유보해야 한다. 청년과 노인세대 등 소외계층을 위한 행복주택은 이곳 말고 다른 지역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부 정치권의 주장처럼 내년의 ‘선거용 꼼수’라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정작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은 행정체제 개편이나 오라단지 자본검증이 아니라, 바로 ‘행복주택’ 건설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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