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체계 개편과 ‘버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주자치도의 야심작이다. 매년 800억원을 투입해 노선의 공공성과 서비스 질 향상 및 운수 종사자의 획기적인 처우개선 등이 핵심 골자다.

제주도는 준공영제 시행에 앞서 급여 수준을 초봉의 경우 4200만원대(기존 3000만원대)로 대폭 올렸다. 이에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임금산정 기준과 관련 ‘독소조항’이 드러나면서 기사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도의 임금산정 기준에 따르면 버스기사들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휴식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6시간을 격일제로 근무해야 한다. 이 기준안에는 1인 기준 월 근로일수가 15.2일로 명시되어 있다.

한 달에 15.2일을 근무하게 되면 월 243.2시간을 운전하는 꼴이다. 이는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전국 6대 도시 버스기사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218시간)보다 25.2시간이 많은 것이다. “타 지역보다 좋은 조건이라고만 했지, 240시간 이상 운전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우리가 돈에 속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버스 교통사고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무로 발생한 졸음운전 등이 큰 원인이다. 지금 기준안대로 시행하게 되면 교통사고 다발 가능성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버스준공영제의 경우도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근무 현실을 고려한 시간 조정 등이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