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희망’이라던 마크롱
집권 100일 지지도 반토막 ‘뚝’
文 대통령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여야 命運 가를 9월 정기국회
정국 주도권 확보 총력전 예고
진영논리 떠나 성숙한 정치 펼치길

 

 

정치 신예인 에마뉘엘 마크롱(39)이 지난 5월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자 세계가 열광했다. 그는 5월 7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극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압도적 차로 누르고 대권(大權)을 거머쥐었다.

당시 언론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마크롱을 가리켜 ‘젊은 돌풍’ ‘프랑스의 새 희망’ 등으로 추켜세웠다. 극좌 및 극우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제3의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극우란 악마를 피하기 위해 차악(次惡)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리더’ 등의 찬사에 가려 무시됐다.

대통령으로서 마크롱의 출발은 화려했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더욱 그 빛을 발했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선 악명 높은 트럼프의 악수법에 손을 놓지 않고 강수로 되받아쳤다. 또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존심 강한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힘입어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둠으로써 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속한 당명 ‘앙마르슈(전진)’처럼, ‘거침없는 전진(前進)’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아킬레스건’이 곧 드러났다. 화려한 외교행보로 자신감 넘쳤던 마크롱이 노동 개혁과 국방예산 삭감 등 민감한 국내 사안들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이에 ‘항명 파동’ 주역인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사임하기에 이르렀고, 잔뜩 예민해진 군부 인사들을 앞에 두고 마크롱이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고까지 선언했다. 이는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킨 뼈아픈 실책이자, ‘지지율 하락’이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또 ‘허니문’을 생략한 언론과의 불화도 인기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취임 100일(8월 15일)을 맞은 마크롱 대통령의 성적표(成績表)는 기대 이하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렉티브의 설문조사 결과,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은 37%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선 직후 지지율과 비교하면 무려 30%p나 떨어진 반토막이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가 없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이 40%대였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크롱의 ‘날개 없는 추락’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8일 밝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5%p 오른 73.9%로 집계됐다. 그러나 자만(自慢)은 금물이다. 마크롱의 끝 모를 추락은 ‘실력보다 이미지 정치’에 치중한 결과임을 문 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다음달 1일 대장정에 돌입하는 9월 정기국회는 향후 문재인 정부나 야당의 미래와도 직결(直結)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크다. 따라서 여야 모두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돌하는 ‘정면승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쌓인 각종 적폐(積弊)를 기필코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반해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은 ‘신(新) 적폐’의 연속이었다”고 규정하면서 정기국회를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부각시키고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을 막겠다는 각오다. 특히 안철수 전 의원이 110일 만에 국민의당 대표로 정치전면에 복귀하며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전선(戰線)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세법 개정안을 필두로 한 ‘입법전쟁’은 그 출발점이다. ‘부자 증세’라는 정부 여당의 기조에 자유한국당은 담뱃값·유류세 인하를 통한 ‘서민 감세’로 맞불을 놓는 등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 인사를 놓고도 거센 충돌이 예상된다. 또 탈(脫)원전을 비롯 각종 선심성 복지정책,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 등과 관련해서도 피할 수 없는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여야가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의 논리를 떠나,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보다 성숙한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이제 “우리 정치도 달라졌구나” 하는 말을 국민에게 들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